[라커룸]하니발이 있기에…

  • 입력 2001년 3월 13일 22시 55분


“농구 교과서가 있다면 맨 앞에 나와야 할 선수예요.”

SK 로데릭 하니발에 대한 소속팀 최인선감독의 평가다. 하니발 이야기만 나오면 최감독은 애정의 도가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극찬을 해 말 꺼낸 사람이 오히려 머쓱해질 정도.

최감독이 하니발을 이처럼 높이 사는 이유는 남들이 싫어하는 궂은 일을 알아서 맡기 때문. SK가 지난시즌 챔피언에 오를 때나 이번 시즌 현대를 물리치고 4강에 오른 데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했던 하니발이 있었기 때문.

사실 하니발의 임무는 ‘전천후’다. 13일 하니발은 현대 슈터 추승균과 정재근을 ‘찰거머리 수비’로 시종 괴롭혔다. 또 센터 재키 존스와 서장훈이 외곽으로 빠져나오면 하니발이 어느새 골 밑으로 들어가 포스트 역할을 대신했다.

뿐만 아니다. 3쿼터에서 포인트가드 임재현이 코트를 비우자 하니발이 적재적소에 볼 배급을 했고 슈터 조상현이 부상으로 코트를 떠난뒤 4쿼터 역전 3점포 등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게다가 야구선수가 슬라이딩하듯 몸을 던져 볼을 잡기를 네 차례. 이날 하니발은 팬과 감독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유감 없이 보여줬다.

<대전〓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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