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아시아경기]역도사상 첫세계新 김학봉 스토리

  • 입력 1998년 12월 10일 19시 24분


‘이번에는 어깨가 말썽을 부리지 않아야 할텐데….’

김학봉(25·충북도청)은 세계신기록에 도전하는 용상 3차시기에 들어가기 전 이렇게 기원했다. 늘 악몽처럼 따라다니는 어깨통증 때문이었다.

“얍” 기합소리와 함께 바벨을 어깨에 얹었다. 숨이 콱 막혀오며 왼쪽 손에 쥐가 났다. 그냥 바벨을 내팽개치고 싶었다.

그러나 순간 두달 전 첫 돌을 맞은 아들 유빈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 이렇게 무너질 순 없지.’

1백95㎏의 육중한 쇳덩어리가 하늘로 솟았다. “삐”, 성공을 알리는 버저소리.

세계 1인자 지안후이(중국)를 무너뜨리며 2인자의 꼬리표를 떼는 순간이었다.

세계신기록을 이루는 순간 93년 처음 만나 면사포도 씌워주지 못한 채 살고 있지만 힘들 때마다 보약을 다려내던 아내(장영희)에게 진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나는 건 왜일까.

한국역도사상 첫 세계신기록.충북 제천중 2년때인 86년 처음 바벨을 잡은 이후 개인적으로 최고 영광의 순간이었다.

하루 빨리 세계 1인자가 되고 싶은 조급한 마음에 연습때면 언제나 욕심을 부려 어깨 근육이 서서히 망가지고 있었던 그. 그때마다 아내는 그가 기댈 유일한 ‘언덕’이었다. “자기는 승부욕과 집중력은 누구도 못 따라오잖아. 힘내”라며 큰 용기를 줬던 아내.

“내년 5월엔 꼭 아내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혀주겠다”는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때 반드시 금메달을 따 선물하겠다”고 힘찬 다짐을 했다.

〈방콕〓김화성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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