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이제 마지막 승부 다가와"…女농구대표팀 전주원

  • 입력 2004년 1월 11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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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태극마크를 달았으면 산전수전 다 겪었을 나이. 그러나 전주원의 표정은 갓 데뷔한 신인처럼 여전히 싱그럽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성격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전주원의 장점.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우승컵도 “당연히 한국의 몫”이란다. 김미옥기자
14년째 태극마크를 달았으면 산전수전 다 겪었을 나이. 그러나 전주원의 표정은 갓 데뷔한 신인처럼 여전히 싱그럽다. 언제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성격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전주원의 장점.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우승컵도 “당연히 한국의 몫”이란다. 김미옥기자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요, 올림픽 출전 티켓은 물론이고 우승컵을 꼭 가져오겠습니다.”

8일 여자농구대표팀과 우리은행의 연습경기가 벌어진 태릉선수촌 다목적 체육관 농구코트. 여자농구 최고참 전주원(32·현대)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경기 내내 목청이 터져라 응원을 했다.

후배 선수들이 넘어지기라도 하면 제일 먼저 달려 나가 일으켜주고 타월로 열심히 농구장 바닥을 닦았다. 12명의 엔트리 중 큰언니이지만 막내보다 더 허드렛일을 자청했다. “후배들보다 못 뛰니까 이런 일이라도 잘해야죠, 땅이 나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몸이 축 늘어질 때면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어요.” 여자농구대표팀은 13일부터 일본 센다이에서 열리는 제20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한국팀의 목표는 우승.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4강에 올랐던 여자농구로는 당연한 목표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많다. 역시 우리의 적수는 중국과 일본이다.

#국가대표만 14년째.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전주원의 각오는 대단하다. 전주원은 선일여고를 졸업하고 실업팀 현대에 입단한 91년부터 꼬박 14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았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선 97년과 99년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지만 2001년 대회에서는 중국과 일본에 밀려 3위.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결승에서 중국에 무릎을 꿇었다. 그래서 그는 “복수하러 간다”고 말한다.

전주원은 선일여고 졸업반 시절 27연승에 7개 대회 우승을 이끌었고, 현대 입단 당시 한국스포츠사상 최고액수인 2억원의 지원금을 받아 화제가 됐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쿠바전에선 남녀 선수를 통틀어 최초의 트리플더블을 기록해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관계자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농구선수로 모든 것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 전주원이지만 요즘 마음이 쓸쓸하다. 대표팀에 들어와 있는 도중에 KCC의 지원중단 발표로 소속팀 현대가 당장 체육관과 숙소를 걱정해야한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

“이제 정말 농구를 그만둘 때가 왔구나하고 생각해봤지만 저만 쳐다보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 다시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화려함 만큼 위기도 많았다

이번 말고 전주원이 농구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또 없었을까? “엄청나게 많았지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가장 큰 위기는 부상. 94년 오른쪽 무릎 인대가 파열되면서 일본으로 건너가 치료를 받았고 95년엔 족저건막염에 시달렸다. 2001년 또다시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대에 올랐다. 나이 때문에 재기가 힘들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전주원은 18개월여의 재활 끝에 코트로 돌아왔다.

“정말 포기하고 싶더라구요, 그 때마다 남편이 세심하게 도와줘서 이겨냈어요.”

전주원은 98년 스포츠마케팅업을 하는 정영렬씨(33)와 결혼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장소는 공교롭게도 태릉선수촌. 93년 정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여자농구선수 천은숙을 응원하러 선수촌에 갔다가 전주원에 반해 6년 동안 줄기차게 러브레터를 보냈다. 정씨는 결혼 후 미국 유학시절에도 전주원의 인터넷홈페이지를 관리해주는 등 외조에 적극적이다. “태릉에서 만났으니 선수촌 들어간다고 말릴 수도 없다”는 것이 정씨의 투정.

#고 정몽헌 회장과의 인연

뭐니 뭐니 해도 전주원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 사건은 지난해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자살. 결혼 후 1년여가 지난 99년 전주원은 은퇴를 결심했었다. 모기업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연봉 협상도 잘 안됐고 현대 한 팀에서만 9년을 뛰고서 우승한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도 의욕을 잃게 만들었다.

그러자 정 회장은 “전주원 같은 스타가 팀에 있어 통일농구도 하는 것이다”라며 은퇴를 만류했다. 전주원은 “통일농구에서 북한에 1점차로 져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회장님이 오셔서 ‘잘했다,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며 등을 두드려주셨어요. 참 인자하신 분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불암산 하루 10번 올랐다.

전주원은 “이번엔 반드시 우승한다”고 장담한다. 중국과 일본을 깰 비책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는 대답 대신 "불암산 ‘깔딱고개’를 하루 10번이나 오른 적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17일 대표팀에 소집된 뒤 하루로 쉬지 않고 체력과 조직력을 키웠다는 것.

그는 언제쯤 은퇴할 생각일까. “진짜로 이번엔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으니 꼬박 22년을 해왔어요. 이젠 쉴 때도 되지 않았나요?” 2세 문제도 고민거리. “저는 아내로는 빵점이에요. 나이도 있고 또 아이 좋아하는 남편 생각도 해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이번에 우승을 놓친다면 너무 억울해서 미칠 지도 몰라요. 후회 없는 마무리를 하고 싶어요”라는 그의 표정은 단호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전지원은 누구▼

▽생년월일=1972년 11월15일

▽학력=선일초등학교-선일여중-선일여고(91년 졸업)

▽가족관계=98년 정영렬씨(33)와 결혼

▽신체조건=1m76, 64kg

▽인터넷 홈페이지=www.chunjoowon.com

▽좋아하는 농구선수=허재(TG삼보)

▽좋아하는 노래=발라드 곡이면 모두다

▽좋아하는 배우=정우성

▽취미=영화 보기, 음악 감상

▽주량=회식 때도 안 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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