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올림픽축구팀 등번호도 작전

  • 입력 1999년 9월 6일 18시 34분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선수들은 5일 일본으로 떠나기 전 짐을 꾸리며 똑같은 유니폼을 두 벌 챙겼다.

색깔도 디자인도 같은 유니폼이지만 등번호는 딴판이었다. 골키퍼 김용대는 1번과 18번, ‘꾀돌이’ 박진섭은 4번과 13번….

게다가 5, 6일 연습 때는 아예 등번호가 붙지 않은 유니폼을 입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바로 후튼 중국올림픽대표팀 감독에 대한 허정무 감독의 ‘복수’ 때문. 허감독은 지난달 열린 중국―우즈베키스탄 평가전을 보기 위해 중국을 찾았다. 허감독은 중국 선수들의 얼굴을 다 알지만 경기를 볼 때는 고유 등번호로 선수의 움직임을 평가한다.

그러나 돌아와서 보니 이때 본 중국 선수들의 등번호와 얼굴이 하나도 맞지 않았다. 후튼감독이 위장 전술을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감독은 후튼감독이 7일 일본과의 평가전을 보러 온다는 소식에 ‘당신도 신경 한번 써봐라’고 결심.

중국과의 2000년 시드니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예선 중국전은 10월3일 열리지만 장외 신경전은 벌써 시작된 셈이다.

〈도쿄〓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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