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신의 손' 김병지, 훈훈한 '사랑의 손길'

  • 입력 1999년 9월 2일 18시 25분


고아도 아니면서 축구때문에 마산공고에서 부산 소년의 집으로 전학한 ‘튀는 신의 손’ 김병지(29·울산 현대).

1주일에 한번 나오던 과자 한봉지. 해사 축구부의 스파링 파트너가 되면 얻었던 건빵 한상자. 그 덕분에 1년에 키가 13㎝나 컸다고 그는 그 시절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2억2000만원을 받는 국내 최고 연봉선수. 그러나 그는 아직도 4700만원짜리 전셋집에 살며 1년에 5000만원을 소년소녀가장돕기 등 불우이웃을 위해 쓰고 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상록 보육원생 75명이 2일 열린 ‘2020년 나의 꿈’ 행사에 김병지를 초대했다.

3세부터 대학생까지의 원생들은 이날 높이 22㎝, 지름 17.7㎝의 분유통만한 캡슐에 자신의 꿈을 담았다.

소방대원 환경파수꾼 선생님 등 각자의 소원에 김병지와 찍은 사진, 사인을 함께 넣었다. 모두 21년 뒤 ‘김병지형, 오빠’처럼 역경을 딛고 일어서겠다고 다짐하며….

행사를 주관한 ㈜타임캡슐 코리아 정문주과장은 “원생들이 부모가 있는데도 더 나은 축구선수가 되기 위해 소년의 집에 들어간 김병지를 무척 좋아했다”고 말했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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