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휴대전화 중고시장…장롱속 휴대전화 잘팔면 ‘짭짤’

  • 입력 2004년 2월 8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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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휴대전화를 사용해 온 회사원 박준영씨(33)는 최근 LG텔레콤으로 사업자를 바꾸었다. 친구들은 “아무리 요금이 싸도 단말기를 새로 사야하므로 손해”라고 번호이동을 말렸지만 박씨는 “다 방법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번호이동 직후 그동안 써 온 SK텔레콤 전용 단말기를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20여만원에 팔았다. 새 기기 구입비가 꽤 비쌌지만 중고 단말기를 팔아 부담을 줄이면서 자신이 원하던 LG텔레콤 전용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환경오염이라고?=지난달 1일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 이후 한 달간 쏟아져 나온 단말기는 약 30여만 대. SK텔레콤은 800MHz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셀룰러 방식, KTF와 LG텔레콤은 1.8GHz 주파수를 쓰는 PCS방식이어서 단말기 구조가 다르다. 때문에 SK텔레콤 가입자가 KTF나 LG텔레콤으로 사업자를 바꾸기 위해서는 단말기를 새로 구입해야 한다.

초기에는 번호이동과정에서 버려진 SK텔레콤 전용 중고단말기가 “장롱에 처박혔다가 결국엔 버려져 환경오염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으나 박씨처럼, 소비자들은 보다 현명하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단말기가 거래된다=중고 단말기가 거래되는 곳은 주로 인터넷. 이동통신 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나, 휴대전화포털사이트, 경매 사이트 등이다.

옥션(www.auction.co.kr)에 따르면 번호이동제 도입 이후 매물로 등록되는 중고 휴대전화 단말기가 50% 이상 늘어났다. 하루 평균 550여대, 한 달간 1만7000여대가 등록됐다.

SK텔레콤용 단말기는 제품 등록건수가 70% 가량 늘어난 데 반해 판매수량은 34% 증가했다. KTF와 LG텔레콤 용의 경우 등록량은 23∼46%, 판매량은 70∼73%가량 급증해 대조를 보였다. 6월 말까지는 SK텔레콤 가입자만 KTF나 LG텔레콤으로 바꿀 수 있는 번호이동성 시차 적용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고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휴대전화 포털사이트 세티즌(www.cetizen.com)이 제공하는 ‘인증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세티즌측은 중고 단말기 판매자로부터 단말기 관련 정보를 넘겨받은 뒤 이동통신사에 분실여부 및 가입자 명의를 확인해 ‘안전한 단말기’임을 입증해 준다.

이 밖에 약 200여개의 휴대전화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거래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들, “우리가 사게 해주세요”=KTF와 LG텔레콤은 정보통신부에 “타사의 구형 단말기를 매입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회사측이 단말기를 매입할 경우 가입자에게 구입비용을 깎아주는 효과가 있는데다 매입한 단말기를 재활용하거나 해외로 수출할 수 있다.

현재 정통부는 자사 가입자의 단말기에 한해서만 최고 5만원까지 보상금액을 지급하도록 허가하고 있다. 중고 단말기 보상을 명목으로 편법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

이에 대해 KTF와 LG텔레콤은 “번호이동 가입자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SK텔레콤은 “현행 규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

▽점점 커질 중고 시장=내년 1월부터 이동통신 3사 가입자들이 모두 번호이동을 할 수 있게 되면 매년 수백만대의 중고 단말기가 쏟아져 나올 전망. 자동차처럼 휴대전화도 중고 시장이 커지고 자동차 영업사원이 중고매매상을 끼고 신차 구입고객의 중고차를 처리해 주듯, 휴대전화 번호이동 가입자 대상 중고 단말기 처리 대행업체가 등장하는 등 다양한 영업방식이 등장할 전망이다.

소비자들도 다소 귀찮지만 1 대 1로 중고 단말기를 처분해 높은 값을 받으려는 ‘실속파’와 헐값이지만 전문업체의 도움으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려는 ‘편의파’로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옥션 커뮤니케이션실 배동철 이사는 “휴대전화도 연식과 상태에 따라 가치를 매길 수 있어 자동차 못지않은 중고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며 “중고시장이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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