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이병욱]‘현장학습’으로 전환된 현장실습, 인식과 지원 환경도 개선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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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욱 충남대 기계금속공학교육과 교수
이병욱 충남대 기계금속공학교육과 교수
현장실습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산업 현장에 적용해 봄으로써 직업적 체험과 현장 적응력을 제고하는 장점이 있다. 현장실습은 사회로 일찍 진출하고자 하는 학생의 희망과 조기 입문이 필요한 기능·기술 숙련 과정의 특성, 그리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과 현장 맞춤형 인력이 필요한 산업체의 현실적 요구가 복합적으로 반영돼 실행돼 왔다. 그러나 다양한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해 일부 우수 기업을 제외하고는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따라서 이제는 학생들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하고,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된 현장실습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정부가 조기 취업 형태인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학습 중심으로의 현장실습 방안을 발표하였다. 현장실습 본래의 목적을 고려한다면 바람직한 개선 방향이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이 목표인 산업체가 단기간 내에 학습 중심인 현장실습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교육훈련 전담 부서가 있는 기업은 8.2%, 교육훈련시설이 있는 기업은 1.8%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고용주의 현장실습에 대한 인식 재정립, 표준화된 프로그램 개발과 공급, 현장실습 프로그램 운영 역량 강화 등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출산율 저하로 자녀 수가 감소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아진 인권과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현장실습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현장실습 정책이 변함에 따라 조기취업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는 학교와 산업체에는 많은 애로가 있을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상호 긴밀하게 연계하여 현장실습 본래 도입 취지를 살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장실습’이란 명칭을 ‘현장학습’으로 변경하여 교육훈련 관점에서 실습 환경을 만들고, 국민들의 안전과 인권 수준, 기술 환경 변화를 고려한 가이드라인을 정립해야 한다. 미국처럼 미성년자의 연령에 따른 현장실습 제한 업종과 직무를 법으로 명시하여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현장실습 운영 기업의 근로감독 시스템도 강화해야 하며, 현장실습 기업 선정에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독일과 스위스처럼 현장실습 운영 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학생들을 기능·기술 전수자로 인정하는 산업체에 한해 현장실습을 운영하도록 엄격한 질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

학습 중심의 현장실습 시행으로 특성화고의 강점 중 하나였던 조기 취업이 약화되고 취업 준비와 시기에 변화가 생기면서 학교와 기업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실습의 본래 의미는 학습 중심으로 전환돼야 찾을 수 있다. 또 귀중한 인적 자원인 학생들이 저임금의 단기 노동자로 전락하거나 인권과 안전의 사각지대에서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병욱 충남대 기계금속공학교육과 교수
#현장실습#현장학습#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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