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세계지리학연합(IGU) 로널드 애블러 회장

  • 입력 2008년 11월 13일 02시 59분


서울에서 세계 지리학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장단을 이끌고 방한한 로널드 애블러 세계지리학연합(IGU) 회장. 원대연 기자
서울에서 세계 지리학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장단을 이끌고 방한한 로널드 애블러 세계지리학연합(IGU) 회장. 원대연 기자
“세계화로 지리학은 더 복잡해지고 스케일 커져”

‘환경변화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최근 초점

영토분쟁 직접 개입 않지만 명칭문제는 다뤄

“세계화의 결과로 세계는 모든 면에서 과거보다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경제위기도 모든 나라가 똑같이 겪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여건에서 어느 나라가 위기를 잘 극복하느냐에 따라 향후 세계 지형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최근 방한한 로널드 애블러 세계지리학연합(IGU) 회장은 12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세계화가 각 지역에 미치는 영향, 환경 변화가 지역 생활에 가져온 변화 등을 살피는 게 최근 지리학계의 주요 이슈”라고 말했다. 그는 8월 튀니지에서 열린 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됐으며 같은 총회에서 류우익(전 대통령실장) 서울대 교수는 사무총장에 재선됐다. 애블러 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은 새 회장단 구성 이후 첫 회의를 서울에서 열기 위해 내한했다.

IGU는 1871년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지리학 및 관련 분야 연구의 국제 교류와 협력을 위해 학술회의 형태로 결성됐다. 156개국 600여 단체 회원이 있으며 34개 분과학회를 두고 4년에 한 번씩 세계지리학대회를 연다. 한국은 1960년 가입했으며 2000년 세계지리학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회장단 회의에서 각 지역의 지리적 이슈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논의하고 있는데, 현재 가장 큰 이슈를 안고 있는 지역은 어디인가.

“분쟁이라는 주제로 보면 역시 중동이다.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은 여전히 가장 위험한 곳이다. 경제 측면에서 보면 불행하게도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 세계가 문제를 겪고 있다. 세계화의 결과다. 환경의 변화 면에선 선진국의 행보가 관심사다. 지구 온난화,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선진국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의 경제위기가 미칠 영향을 지리학자의 관점에서 예상한다면….

“경제지리학이 주 전공이 아니라서 세밀한 대답은 하기 어렵다. 경제위기가 각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 단, 1930년대 대공황이 전 세계에 미친 영향만큼은 아닐 것으로 본다. 상황이 다르고 대처하는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리를 함께한 류 교수는 “지리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더 고생하는 나라, 덜 고생하는 나라가 생기기 마련이다. 세계 질서에 요동이 생길 수도 있다. 한국으로선 이번이 위기인 동시에 한 계단 올라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계화 시대에 지리학자가 할 일은 무엇인가.

“지리학자는 늘 ‘어디’에서 ‘무엇’이 ‘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구 기후변화를 예로 들자면, 온난화가 어떤 지역에선 해를 끼칠 수도 있지만 다른 지역에선 작물 수확이 늘어나는 것처럼 이득이 될 수도 있다. 세계화로 인해 지리학자의 관심은 더욱 복잡해지고 스케일이 커졌다. 우리는 세계화로 인한 변화를 ‘공간적 혁명’이라고도 부른다.”

―지리학계의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

“지난 20년간 지리학계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큰 변화를 겪었고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다. 지리정보시스템(GIS)의 발달로 과거에 손으로 제작할 때는 상상도 못했던 다차원적 지도 제작도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전쟁이 벌어지거나 홍수가 났을 때 시시각각 상황을 대입한 지도를 만들어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런 기술을 적용하면 지구 온난화가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측하는 것도 정밀해진다. 이런 디지털 기술을 더 발달시켜 지리학 연구와 더 밀접하게 접목하는 게 관심사다.”

―영토 분쟁이 일어나면 IGU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지리학자들이 영토 분쟁에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줘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IGU는 독도 문제 같은 영토 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당사자들이 해결할 문제다. 하지만 ‘명칭’ 문제는 IGU가 다룬다. ‘동해 명칭’ 같은 이슈를 다룬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계는 있다. IGU의 학자들이 특별한 도움을 주거나, 특별한 증거를 제시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을 제시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IGU 회장이 아닌 한 사람의 지리학자로서 동해 명칭에 대해 얘기한다면 문제가 최종 해결될 때까지는 병행 표기를 하는 게 임시 해결책으로 적절하다고 본다.”

―21세기 사이버 기술의 발달이 삶에 미친 영향을 지리학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정보를 주고받기가 쉬워졌다. 그래서 지구의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이 더 유사해진 측면이 있지만 어떤 의미에선 더 차이를 보이는 부분도 있다. 기술은 중립적이다. 각 지역 사람들이 그 기술을 각각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변화의 양상이 다른 것이다. 예컨대 TV 기술의 발달로 한국 사람이 미국 문화를 더욱 가깝게 접할 수 있게 됐지만 한국만의 대중문화 발달도 촉진됐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로널드 애블러 회장

로널드 애블러(69) 교수는 현재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명예 교수다. 미국 세계지리학연합 회장, 세계지리학연합(IGU) 사무총장을 지냈다. 1994~2002년 미국 지리학자들을 이끌고 ‘글로벌 체인지’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사회와 사회 사이의 상호 소통 도구 연구, 커뮤니케이션의 발달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했다. ‘공간 조직-세계를 보는 지리학자의 시각’ ‘미국 대도시 비교 지도’ 등을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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