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15, 16일 내한공연 뉴욕필 지휘자 로린 마젤

  • 입력 2006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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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2만 명을 앞에 두고 연주한 적도 있습니다.” 올해 일흔여섯 살의 마에스트로 로린 마젤 씨는 “콘서트장이든 길거리에서든 오케스트라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집에서처럼 편안하게 음악을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금호문화재단
“비가 오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2만 명을 앞에 두고 연주한 적도 있습니다.” 올해 일흔여섯 살의 마에스트로 로린 마젤 씨는 “콘서트장이든 길거리에서든 오케스트라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집에서처럼 편안하게 음악을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금호문화재단
“뉴욕필은 150여 년간 훌륭한 전통을 쌓아 오면서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가 됐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뉴욕필이 21세기에도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미국 최고(最古)의 오케스트라 뉴욕 필하모닉의 지휘자 로린 마젤(76) 씨. 15, 16일(서울 예술의전당), 17일(대전)의 내한공연을 앞두고 일본 순회공연 중인 그를 10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오페라시티 극장에서 만났다.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코다이의 ‘갈란타 춤곡’,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등을 춤추듯 열정적인 몸짓으로 지휘했다. 뉴욕필 고유의 투명하고 울림 깊은 사운드를 이끌어낸 그에게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마젤 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집에서 나와 뉴욕필의 ‘집(콘서트홀)’으로 찾아왔지만, 이제는 뉴욕필이 집을 떠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장소로 찾아가야 한다”고 말문을 뗐다.


○ 모든 세대를 위한 음악

마젤 씨와 뉴욕필 단원들은 바쁜 일본 순회연주 도중에도 8일 낮 도쿄의 난잔(南山)초등학교를 찾았다. 비영리단체인 ‘음악이 있는 삶’ 주최로 열린 음악교육 심포지엄에서 뉴욕필의 연주자들은 교사와 학생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이는 바로 ‘모든 세대를 위한 음악(Music for All Ages)’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뉴욕필의 대중화 전략에서 나온 것. 그들은 정기연주 외에도 ‘영 피플스 콘서트’(3세 이상 관람), ‘필 틴스’(Phil Teens·12∼17세 청소년), ‘학교 음악회’ 등 1년에도 여러 차례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고 있다. 뉴욕필은 1922년 라디오를 통해 처음으로 연주 실황을 전국에 생방송했고, 미국 오케스트라로서는 처음으로 인터넷 ‘iTunes’를 통해 연주 내려받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 생중계는 누구든지, 언제나, 쉽고, 싸게 뉴욕필의 음악을 즐기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전자 음향과는 구별되는 실황 연주가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다면 세계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국의 자존심’으로 알려진 뉴욕필은 1842년 미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오케스트라. 피에르 불레즈, 레너드 번스타인, 주빈 메타 등 명지휘자들이 지휘를 맡아 왔으며 마젤 씨는 2002년 9월부터 음악감독 겸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필의 힘은 다양성을 조화시키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에 있습니다. 150여 년간 구스타프 말러, 아르투르 토스카니니 같은 훌륭한 지휘자들과 2000여 명에 이르는 역대 멤버가 상호작용하며 가꿔 온 앙상블이 그 잠재력입니다.”

○ 음악은 인간 본성을 계발하는 언어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 젊은 영재를 키워 나가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아마도 세계 최고임에 틀림없다.”(마젤 씨의 홈페이지 ‘음악감독의 일기’, 2004년 10월 19일)

마젤 씨는 5세 때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여 8세에 아이다호대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지휘했다. 그는 “연극배우가 대본을 손에 들고 연기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늘 악보를 통째로 외운 채 지휘대에 선다. ‘신동’ 음악가였던 그는 현재 영재 음악가 발굴과 청소년 음악교육을 위한 ‘샤토빌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재단에서는 포크송을 통해 미국의 역사를 가르치기도 하지요. 음악은 인간 본성을 계발하는 하나의 언어이자 젊은 세대가 과거 세대를 이해하는 도구입니다.”

이번 공연은 음악영재 교육에 관심이 컸던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2004년 공연 당시 마젤 씨에게 특별 요청해 이뤄진 것. 그는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2004년에는 순수 국내파 피아니스트 손열음(19) 씨를 협연자로 내세운 데 이어, 이번에는 반 클라이번 국제콩쿠르에서 준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이스 양(19) 씨와 협연할 계획이다.

마젤 씨는 양 씨에 대해 “19세밖에 안 됐지만 연주 테크닉과 음악적인 감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무한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연주가”라고 칭찬했다.

▽공연 정보=15, 1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15일 드보르자크 ‘사육제 서곡’,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피아노 조이스 양),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16일 브람스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코다이 ‘갈란타 춤곡’,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3만∼25만 원. 02-6303-1919

도쿄=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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