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권성준/胃癌예방 정기검진밖에 없다

  • 입력 2003년 8월 25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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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여름내 소홀히 했던 자신의 몸을 점검하기 좋은 계절이다. 기업의 경우 봄 또는 가을에 집중적으로 직원 정기건강검진을 실시하기도 한다. 이 같은 정기검진은 특히 한국에서 사망률 1위를 차지했던 위암에 조기치료의 길을 열어놓은 ‘일등공신’이라 할 만하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1999년도 우리나라 암 발병 순위에서 위암은 남자(24.2%), 여자(16.2%) 모두 가장 빈번히 걸리는 암으로 나타났다. 위암은 암 사망순위에서도 만년 1위 자리를 지켜오다가 2000년에 이르러서야 인구 10만명당 24.3명을 기록, 24.4명인 폐암에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위암이 무서운 점은 별다른 증세가 없어 조기발견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환자에게는 상복부 통증, 식욕부진, 오심이나 구토, 검은 변, 체중감소, 소화불량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고 증세가 심하지도 않다. 이 때문에 이상을 감지하고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가 많다.

유일한 예방법은 내시경을 통한 정기적인 검진뿐이다. 요즘 위 내시경 검사는 수면 상태에서 10분 정도면 가능하고 통증도 거의 없다. 또 내시경 검사 중 조직검사를 할 수 있고, 정확도도 95%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이밖에 위장 조영술이나 복부 컴퓨터 단층촬영 등의 검사가 필요에 따라 추가되기도 한다.

대한위암학회 발표에 따르면 전국 29개 병원에서 1999년 한 해 동안 수술한 위암 환자 6772명 가운데 32.8%가 조기위암으로 나타나, 1995년의 28.6%보다 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조기 발견율은 70% 정도라니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조기발견의 증가와 함께 치료법 역시 빠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기존의 개복수술 대신 회복이 빠르고 상처도 작은 복강경 수술이 도입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초기 복강경 수술은 부분 절제만 가능했으나 요즘은 보다 넓은 범위의 위와 림프절도 절제할 수 있게 됐다. 복강경 수술을 하면 장관의 운동이 조기에 회복되고, 수술 후 유착성 장폐색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내시경적 점막절제술’이란 치료법도 개발됐는데 이는 초기 위암환자 가운데서도 특히 림프절 전이가 일어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위 내시경만으로 암 병소를 포함한 위의 점막층과 점막하층의 조직을 제거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위암의 조기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수술 후의 장기(長期) 생존 문제 때문이다. 초기 위암 환자는 수술 후 95% 이상이 장기 생존할 수 있지만, 제4기(말기) 위암 환자는 모든 치료 수단을 동원한다 해도 장기 생존하는 경우가 20%를 밑돈다.

위암의 가장 큰 원인은 식습관에 있다. 맵고 짠 음식, 불에 탄 음식, 자극성이 강한 음식은 위암의 가장 큰 위험요소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도 위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스트레스와 음주, 흡연 역시 위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이런 습관들을 고친다고 해서 위암이 완벽하게 예방되는 것은 아니므로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게 된다.

위암은 그동안 고령자에게 많이 생겼지만 최근엔 발병연령이 점차 낮아져 30대 환자가 전체 위암 환자의 10% 이상이나 된다니 젊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특히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다면 30세 이후에는 매년 위 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권성준 한양대 의대 교수·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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