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세이]김선한/ ‘섬유질과 물’ 대장암 막는다

  • 입력 2003년 7월 7일 18시 08분


코멘트
얼마 전 섬유질을 많이 먹는 것이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없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한 일이 있다. 사실 최근 무서운 증가율을 보이는 대장암에 대해서는 섬유질이 많이 든 음식을 섭취하는 것보다 더 값싸고 간편하면서도 효과적인 예방책은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섬유질의 효과는 근래 유럽 10개국 암 관련 단체들의 합동연구 결과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섬유질 섭취량을 2배 늘리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4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중앙 암 등록사업’ 2001년도 연례보고에 따르면 대장암은 남성 4위, 여성 3위의 발병 순위를 보였다. 1984년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01년 통계청에서 조사한 암 사망률에서도 4위로 나타나 인구 10만명당 9.6명 정도가 대장암으로 죽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연간 대장암 수술만 9000∼1만 건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대장암이 급속도로 증가한 데는 서구화된 식생활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동물성 지방과 육류 위주의 식사는 발암물질인 담즙산과 아민을 3배 이상 발생시킬 뿐 아니라 변비를 유발한다. 변비가 있으면 대변 속의 발암물질이 대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정상적인 대장세포가 변형되어 암세포가 발생하기 쉽다. 다시 말해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대장암을 예방하는 손쉬운 길이라 하겠다.

야채나 과일에 많이 함유된 섬유질은 대장 내에서 자신의 무게보다 40배나 되는 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변비 예방효과가 탁월하다. 또한 대변 배출시간을 앞당겨 발암물질과 대장 벽의 접촉시간을 줄임으로써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가져온다.

섬유질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은 현미, 밀기울, 양상추, 당근, 오이, 고구마, 감자, 토란 등이다. 과일에 많은 펙틴 성분의 부드러운 수용성 섬유소는 대장 내에서 콜레스테롤 등 지방의 흡수를 방해함으로써 당뇨와 비만을 예방하는 작용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장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에 의해 섬유질이 발효하면서 생성되는 물질은 대장세포에 가장 중요한 영양소로 작용한다. 건강한 장(腸)운동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섬유질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주의할 것은 섬유질 섭취와 함께 충분한 양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점이다. 수분 섭취 없이 섬유소만 먹으면 오히려 변비가 악화될 수도 있다. 보통 하루 8잔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조기 검진도 대장암 예방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대장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며 치료 뒤에는 아무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장암은 일반적으로 고령에서 많이 발생하므로 50세 이후에는 3∼5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요즘은 색소 또는 확대 내시경을 이용하는 등 최신요법이 개발돼 진단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다.

유전적 요인도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만약 가족 중에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그 환자가 대장암 진단을 받았던 나이보다 5년 전부터 검진을 시작해 2∼3년에 한번씩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김선한 한솔병원 대장암복강경센터 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