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과학영재대회에서 본 ‘이민의 마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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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만찬장에 다녀왔다. 흔히 만찬이라 하면 커다란 회관과 검정 넥타이, 긴 드레스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내빈 40여 명이 참석한 이날 저녁은 좀 달랐다. 여기서 퀴즈 하나. 참석자 이름을 불러볼 테니 어떤 자리였는지 맞혀보시길.

린다 저우, 앨리스 웨이자오, 로리 잉, 앤절라 위윈 영, 리넬 린 예, 케빈 영 쉬, 벤저민 장 선, 제인 윤혜 서, 남라타 아난드….

중국과 인도의 우호를 다지는 자리는 아니었다. 정답은 무얼까. 이들은 미국 과학영재 선발대회의 결승에 진출한 고등학생들이다. 최고의 과학 및 수학 영재를 가리는 대회다. 눈치 챘겠지만, 명단에 오른 결승 진출자 대부분은 아시아에서 온 이민자의 후손이다.

이민자의 힘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이 대회 결승전에 와보길 바란다. 나는 이민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쪽이다. 합법적인 이민자 수가 중국을 앞지를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열정이 넘치고 향학열에 불타는 사람들이 민주주의, 시장경제와 어우러진다면 어떤 마법이 일어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런 마법이 지속되길 원한다면 우리에겐 이민법 개혁이 필요하다. 항상 누군가를 끌어들이고 뭔가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 복잡한 문제는 아니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경제 분야의 중요한 경쟁자는 국가나 기업이 아니다. 이제 당신은 자신의 상상력과 경쟁해야 한다. 당신 아이들은 상상을 통해 전보다 더 멀리 더 빠르게 더 싼 비용을 치르면서 행동할 수 있다. 오늘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상상력이 없다면 모든 것은 흔한 일용품일 뿐이다.

지금 당장 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치자. 나는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대만에 있는 디자이너를 찾을 수 있고 샘플을 만들기 위해 중국 공장에 갈 수 있다. 또 대량생산을 위해 베트남 공장에 가고 로고를 만들 사람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놀라울 정도로 싼 가격에 할 수 있다. 소모품이 아닌 게 있다면 그것은 번득이는 아이디어뿐이다.

만찬 시작 전 참가자들은 각자의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캘리포니아 하커 고교의 남라타 아난드는 흥미로운 분석틀로 안드로메다은하의 역사를 설명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번득이는 눈동자만큼은 볼 수 있었다. 새너제이 린브룩 고교의 생물교사 어맨더 얼론조도 인상 깊었다. 그는 결승 진출자 중 2명을 가르쳤다.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지극히 열성적인 학부모와 대회 준비에 전념하도록 해준 장학금 혜택을 꼽았다.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ESPN이나 MTV도 이런 결승전은 중계해야 한다. 결승 진출자 40명의 이름과 함께 그들의 삶과 열정도 소개해야 한다. 상금 10만 달러를 받는 최종 승자도 방송을 통해 발표해야 한다. 올해 우승자는 뉴멕시코에서 온 에리카 알덴 드베네딕티스였다. 그녀는 우주선이 태양계를 효율적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했다. 우승자 이름이 발표되자 동료 경쟁자들이 열광하며 그녀 주위로 몰려들었다.

20년 동안 워싱턴에 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밤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몇 가지를 바로잡을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민자, 교육, 재정정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때마침 노스 고교의 앨리스 웨이자오는 청중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세대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를 믿으세요.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문을 닫지 않는다면 말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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