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데이비드 브룩스]美중산층 탈락자들의 분노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2시 57분


경기침체기에는 도덕성마저 덩달아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1880년대와 1890년대의 경기침체 때는 폐쇄적 국수주의와 함께 가톨릭 신자와 유대인, 흑인에 대한 적대감이 팽배했다. 대공황 때는 개인적 권리를 짓밟는 집단주의 광풍과 종말론적 예언이 횡행했다.

1970년대의 경기침체는 냉소주의를 낳았다. 시험 부정행위를 해도 괜찮다고 응답한 학생의 비율은 1969년 34%에서 10년 뒤 60%로 껑충 뛰었다. 근로자의 4분의 1 이상은 자기 돈으로는 사고 싶지도 않은 형편없는 물건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1977년 자기 직업에 대한 불만족지수는 과거 2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침체는 비관론을 낳는다. 이는 출산율이 떨어지고 자살이 빈번해지는 경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경기침체는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특징을 갖는다. 특히 새로운 사회집단을 만들어낸다. 바로 ‘중산층 탈락자들’이다. 이들은 호황기의 맨 마지막에 중산층에 진입했다가 불황의 여파로 중산층에서 탈락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현재와 과거의 격차는 매우 크게 느껴진다.

이 같은 현상은 개발도상국에서 두드러진다. 과거 10년 동안 온갖 노력 끝에 가난에서 벗어나게 된 수백만 명이 글로벌 경제침체로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들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자신의 꿈을 산산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며 분노한다.

이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같은 사람이 등장하는 토양이 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는 세계적 차원의 저항에 대처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수백만 명이 사회적 계층 추락이라는 심리적 사회적 압박감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몇 달 동안 중산층 탈락자들은 실직의 공포를 경험할 수도 있다. 소매업 전문가인 파코 언더힐 씨는 쇼핑몰 가판대의 20%가 곧 문을 닫고 서비스업 종사자 수천 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또 생활방식의 현격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과거 10년 동안 미국인들은 유례없는 풍요를 누리면서 계층 상승을 즐겼다. 하지만 이러한 사치는 더는 맛보기 어려울 것이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계층 상승으로 통하는 문이 갑자기 쾅 닫혀버릴 것이다.

이들 중산층 탈락자는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위기로 별안간 자신의 보금자리를 잃고 공동 주거지역으로 내몰리는 현실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주택 담보가치가 하락한 플로리다와 네바다의 교외 거주자들, 이제까지 살던 도시를 떠나 캘리포니아와 미시간의 오래된 교외 지역에 막 정착한 사람들에게 타격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침체기에는 사람들이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대가족 사이에서 지내는 것과 공동체의 유대로부터 단절된 채 홀로 지내는 생활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 시기에 하급 중산층에서는 이혼율이 높아지고 공동체 결속은 느슨해진다. 외부와의 단절은 위험한 심리적 상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경제침체기에는 가장 나중에 중산층으로 진입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중산층에서 탈락할 것이다. 이는 물질적 박탈감뿐 아니라 사회적 정체성의 상실, 사회적 네트워크의 상실, 계층 상승 가능성의 차단 등을 불러온다.

이 같은 상황의 반전은 결국 소외와 정치적 반작용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사회적 변혁이 어디에서 올 것인지 알고 싶다면, 중산층 탈락자들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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