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룡의 환상세계]불협화음 얘기가 히트 친다

  • 입력 1999년 9월 27일 18시 44분


일본 TV 프로 중에 ‘리서치 200X’라는 것이 있다. 일본 최고의 지적 엔터테인먼트 프로답게 사람들이 평소에 불가사의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속시원한 해답을 제시한다.

이 프로의 제작 스태프는 히치코크 감독의 영화를 달달 외우도록 반복해 본다고 한다. 프로그램의 시작 부분에 강한 의문을 던지고, 여러 가지 사소한 단서를 조합해 해답을 찾아가는 구조는 확실히 히치코크 스타일의 서스펜스 영화와 똑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다. 장르가 무엇이건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스토리는 공통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만화 스토리도 자세히 보면 히트의 공식들이 있다.

일본만화 ‘GTO’. 깡패라고 말하는 것이 어울릴만한 불량배 고등학생이 우연이 겹치고 겹치면서 고교 교사가 된다. 그가 상대해야 하는 학생들은 공부는 잘하지만 심성은 비뚤어진 골치아픈 ‘모범생’들이다. 그런데 단순무식한 주인공은 학생들을 정말 폭력으로 다스리는데, 그 과정이 통쾌하면서 재미있다. 그 덕에 GTO는 만화의 세계를 넘어 TV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카리스마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우리 만화인 ‘키드갱’(신영우 작) 역시 기상천외한 설정이 돋보인다.건달인 주인공들이 형사의 아기를 납치했다가, 형사가 폭발사고로 사망하는 바람에 졸지에 그 아기를 키우게 된다는 스토리다. 주인공의 성격이나 경력을 먼저 설정했다면, 그 주인공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일을 시킨다. 반대로 주변상황을 먼저 설정했다면, 그 상황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주인공을 선택한다. 재미있는 개그 만화를 만든 공식 중의 하나는 주인공과 주변상황의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김지룡〈신세대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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