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윤상현/정치화합돼야「햇볕정책」 성공

  • 입력 1999년 6월 17일 19시 24분


냉전 종식이후 국제정치 이론의 연구자들은 국내정치적 측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냉전의 시기에는 국가간의 작용과 반작용, 그리고 상호작용이 국제정치 연구의 중심에 있었다. 냉전 이후 시기에는 이같은 국가간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정치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했다.

냉전의 시기에는 문제의 초점이 국제체제에서 국가간 상호활동에 있었다면 냉전 이후의 시기에는 국가간 활동의 원인을 제공하는 국내정치가 연구의 중심 테마로 떠오른 것이다.

군사안보적 위기가 고조됐던 냉전의 시기에는 문제의 위급성과 시간의 긴박성 때문에 국제체제속에서 안보적 위협과 그에 대한 대응으로써 국가의 외부적 행위만 강조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핵전쟁의 위기가 감소된 오늘날에는 국내정치적 요소 즉 국내정치의 외교정책에 대한 영향력과 외교정책 결과에 대한 국내정치 인준과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가간 협상단계와 국내정치의 인준과정이라는 두 단계는 서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더욱이 효과적인 외교정책 수행을 위해서는 두번째 국내 단계에서 국내정치적으로 단합된 모습이 요구된다 하겠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 유일한 초강대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외교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미국의 코소보사태 개입시 민주 공화 양당은 의회에서 초당적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또 미국의 전시상황을 감안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대통령 출마선언을 연기했다.

미국의 여야는 이렇게 소모적인 정쟁을 지양하고 초당적으로 클린턴의 외교정책에 건설적인 비판을 제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예는 우리의 대북정책이나 외교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대중 정부는 취임 초부터 햇볕정책이라는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정책의 일관성과 열의에서 국내보다 외국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햇볕정책은 결코 대외적인 국제 단계의 고려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국내정치가 지나치게 혼란하거나 여야가 심하게 대립될 때, 즉 두번째 단계에서 문제가 심각할 때, 북한은 한국정부나 국가체제에 대해 햇볕정책의 주체로서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통일전선전술의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첫번째 단계의 대외적인 햇볕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번째 국내 단계에서 여야의 일치된 모습, 단결된 여론 등이 중요하다.

이는 여야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집권여당에서는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대화 시도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먼저 야당에 대한 햇볕정책의 성공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야당은 야당대로 대북정책에 대한 초당적 연구와 협조의 자세가 요구된다. 서해안 교전사태에 대해 여야수뇌부가 초당적으로 대처하고 대북결의안을 채택키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워싱턴에서 들려오는 언론의 논조가 북한의 ‘도발’을 강조하기보다 남북한의 ‘상호교전’과 ‘상호자제’ 요구로 흘러가고 있는 시점에서 여야가 안보위협에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면 북한에 대한 주도권 확보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미국이나 한반도 주변국가에 대한 외교의 주도권 확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햇볕정책의 성공은 국내의 단합에서부터 시작한다.

윤상현(서울대 국제지역원 초빙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