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김용훈/'정몽준 대선행보' 관전법은?

  • 입력 2002년 8월 23일 18시 22분


역사기록이나 보도기사 등은 이른바 ‘6하원칙’을 따라야 한다. 누가(주체), 무엇을(객체), 어떻게(방법), 언제(시간), 어디서(장소), 왜(이유) 등 여섯 가지 요소를 문장에서 최대한 살려야 한다. 객관적 사실에 대해 편집자의 주관을 극소화해야 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6하원칙 중 신문기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사실의 주체, 즉 문장의 주어다. 10자도 채 안 되는 신문 헤드라인에도 주어는 대부분 포함돼 있지 않은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우리말과 글이 종종 문장의 주어를 생략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정 사실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밝히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문득 지면의 무수한 기사가 누구의 사연을 다루고 있는가 궁금해졌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볼 때 자기 회사 제품이나 서비스가 지면에 단 한 줄이라도 언급되는 것은 여간 큰 일이 아니다. 도대체 어떤 인물들이 동아일보 기사의 주인공이 되는가.

인물이 가장 잘 부각되는 곳은 단연 정치면이다. 정책대결보다는 인물대결 중심의 후진 정치문화의 안타까운 증거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대선구도의 다크호스로 부각되고 있는 정몽준 의원의 행보가 먼저 눈길을 끌었다. 월드컵 열기를 타고 대선후보로서의 지지도가 급부상(8월 12일자 A4면)하자 출마를 안 하면 남자답지 못하다며(16일자 A5면), 내달 초 대선 출마를 선언하겠다(23일자 A5면)고 밝힌 정 의원은 최근 정치기사의 단골이다. 지난 2주간 그의 걸음은 매우 분주했고 동아일보는 그런 그를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정 의원 관련기사를 포함한 정치기사에는 6하원칙 중 왜와 어떻게 등이 종종 빠져 있다. 포커페이스들의 지루한 공방 속에서 행간을 간혹 읽어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그들 행동의 정치적 원인과 배경, 그리고 전개과정 등이 담긴 관전법이 제시된다면 보다 경제성 있는 신문 읽기가 될 것 같다.

인물 창고인 정치면과 달리 경제면에서는 인물 보기가 힘들다. 대신 백화점 행사장의 아름다운 여성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큼직한 사진 속의 여성들은 기사의 중요도를 무시한 레이아웃의 은총을 입은 자들이다.

광복절 무렵에는 두 명의 젊은이가 눈에 띄었다. 송승희와 고바야시 다쿠야, 이들은 각각 한국과 일본의 대학생 대표다(12일자 A8면). 두 젊은이는 기성세대의 답답한 역사인식과 대화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격의 없고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아주 통쾌했다.

사회면에서는 오랜만에 조직폭력배가 대거 언급됐다. 조직폭력배와 건설회사간의 지저분한 커넥션의 전모가 낱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13, 14, 16일자 A25면). 다음에는 이런 사회악이 뿌리째 척결되는 과정에서 이들이 다시 한번 사건의 주체로 등장하길 기대한다.

앙드레 김. 얼마 전까지 ‘위크엔드’ 에디션의 단골이던 그가 이번엔 문화면에 등장했다(21일자 C8면). 동아일보와의 각별한 인연을 의심하기 전에 그의 문화적 지위와 이슈메이커로서의 가치를 먼저 인정한다. 그러나 그의 우스꽝스러운 외래어는 여전히 거북스럽다.

김용훈 아시아어뮤즈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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