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김명주]‘블랙 아프리카’에서 ‘컬러풀 아프리카’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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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주 기획재정부 회계결산과장
김명주 기획재정부 회계결산과장
흔히들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를 블랙 아프리카라고 부른다.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피부가 검기 때문에 백인들이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아프리카는 우리에게도 까만 곳이다. 그러나 백인들처럼 인종주의적 우월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까맣게 모르기’ 때문에 블랙 아프리카다.

나는 아프리카개발은행에서 4년간 근무하면서 아프리카 동서남북을 수없이 다녔고, 그곳에서 많은 한국 사람을 만났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아프리카의 실상을 제대로 모른다는 점이다. 유럽과 중국 사람들은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출장을 오건 사업을 하러 오건 간에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었고, 높은 학습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프리카의 실상을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백인의 눈으로 아프리카를 말하지 말라’라는 책을 쓰게 됐다.

아프리카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이 어두운 부분이 여전히 많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681달러(2010년 기준)에 불과하고, 사하라 사막 이남의 빈곤선(하루 1.25달러 이하로 생활) 이하 인구비율은 50%나 된다. 세계 에이즈 환자의 65%가 아프리카에 있는데 스와질란드는 에이즈 때문에 기대수명이 20년 사이에 반으로 줄어 현재는 32세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민주주의는 요원하며, 쿠데타가 간헐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전기와 도로, 상하수도 보급률이 매우 낮아 경제활동에 큰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인, 阿실상 몰라 시행착오 반복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잘 모르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풍부한 자원뿐만 아니라 젊은 인구구조에 자연조건도 좋다. 경제도 규모는 작지만 역동적이다. 지금은 비록 가난하지만 아프리카는 발전 가능성이 엄청난 곳이다. 아프리카개발은행 등의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전 세계 석유의 10%, 천연가스의 8%, 다이아몬드의 52%, 금의 19%, 우라늄의 17%, 코발트의 69%, 백금의 66%, 크롬의 38%를 생산하고 있다. 농업자원도 풍부해서 전 세계 커피의 12%, 코코아의 70%, 목재의 13%를 생산한다.

아프리카의 잠재력은 천연자원에만 있지 않다. 아프리카 인구는 10억40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15%를 차지한다. 아프리카의 출산율은 선진국의 3배나 되며, 인구의 절반이 17세 이하인 가장 젊은 대륙이다. 아프리카의 도시화율은 인도를 이미 추월해 중국에 근접하고 있으며 인구 100만 명 이상인 도시가 50개 이상이다. 아프리카의 중산층(하루 4∼20달러 수입)은 3억5000만 명으로 인도보다 더 많다. 무선전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보급되고 있으며 보급률이 이미 50%나 된다. 아프리카는 자원시장뿐만 아니라 투자시장, 소비시장으로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다.

아프리카의 자연환경도 다른 어떤 대륙 못지않다. 우리에게는 척박한 땅, 그래서 기아로 허덕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프리카에는 강도 많고 호수도 많고 산도 많다. 아프리카는 그 천혜적인 지리적 조건 덕택에 양질의 수력, 태양열, 풍력을 자연으로부터 무상으로 선물받고 있다. 수력을 이용한 ‘가능 에너지 생산량’은 연간 1834TWh(테라와트시·1TW는 1조 W)이고 태양광을 이용하면 21만 TWh, 풍력으로는 10만 TWh, 지열로도 약 9000MW(메가와트·1MW는 100만 W)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관개된 경작지가 경작 가능한 면적의 7%에 불과하지만(남미 10%, 동남아시아 29%) 경작 가능한 땅은 대륙 면적의 20%에 이른다. 농업 인프라가 구축되고 생산기술이 도입될 경우 발전 가능성은 엄청나다.

정치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분쟁 횟수도 대폭 줄어들고 있으며 보츠와나와 가나처럼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정치가 안정되면서 경제도 안정되어 가고 있는데 2000년 이후 성장률은 연평균 4.8%나 된다. 200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전 세계 톱10 국가 중 6개 국가가 아프리카에 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튀니지혁명에서 보듯이 민중의 의식이 점점 깨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연민의 대상 아닌 동반자로 대해야

이렇게 아프리카는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인류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할 미래의 대륙으로 서서히 용틀임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프리카를 그저 동정과 연민의 대상으로만 혹은 중국처럼 자원시장으로만 보지 말자는 것이다. 우리가 자존심이 있듯 아프리카인들도 우리 못지않게 자존심이 강하다. 상대방을 존중해야 우리도 존중받을 수 있으며 진정한 동반자관계가 성립될 수 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남아공을 ‘무지개 나라’라고 표현했다. 남아공에 인종이 많고 자연이 아름답다는 것을 의미하는 멋진 표현이다. 우리가 잘 몰랐을 때 아프리카는 깜깜한 곳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아프리카만큼 컬러풀한 매력을 지닌 곳도 없다. 바로 ‘무지개 대륙’인 것이다.

김명주 기획재정부 회계결산과장
#문화 칼럼#김명주#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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