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오빠부대의 소멸

  • 입력 1997년 2월 16일 19시 53분


농구경기장에서 여학생들의 극성스러운 소리가 없어졌다. 외국선수의 도입으로 스타중심의 농구가 실력위주의 수준높은 농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제 관중은 「오빠」에게 환성을 지르기보다는 농구자체에 환성을 보내고 관중도 남성과 나이든 사람 그리고 가족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까지 보인다고 한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여학생들인 오빠부대의 극성은 소문나 있다. 이들은 방송국 공연장의 담을 무너뜨리고 음악을 듣기보다는 가수를 따라서 뛰고 고함지르는 것이 전공이다. 연예인이 「떴다」하면 아프리카 소떼들의 이동처럼 한꺼번에 뛰기 시작하는데 이런 소란이 결국 92년 뉴키즈공연, 95년 젊은이의 삐삐 012 공연, 96년 말의 「별이 빛나는 밤」 공연 등의 살인사고로 연결되었다. 놀라운 것은 음반업계나 공연 이벤트 회사들이 이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소란만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구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음반판매량을 좌우하고 한국 가요계의 경향을 이끌어 간다. 반면에 한국 가요계는 10대 취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성세대들은 가요계에서 눈을 돌린다. 한국의 10대들은 교복과 입시 때문에 인생에서 가장 불행하고 어두운 시절을 보낸다. 알고보면 오빠부대원들도 평범한 우리의 딸들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오빠부대원들의 학교성적은 집에만 있는 여학생들보다 오히려 우수하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행동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농구장처럼 건전하게 감정을 분출시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일이다. 10대들만을 위한 현재의 가요계를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연장으로 바꾸는 것도 오빠부대를 진정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중의 하나이다. 이동신 <경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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