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철호]서울시향 업무보고가 기밀? 기자들 쫓아낸 서울시의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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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사회부
이철호·사회부
요즘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바람 잘 날 없는 집안’의 표본이다. 지난해 말 터진 심각한 조직 갈등에 이어 정명훈 예술감독(62)의 횡령, 배임 등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 10년간 공들여 쌓은 ‘1등 시향’의 명성에 큰 흠집이 났다. 그래서 8일 오후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서울시향 업무보고’에서 어떤 회생 방안이 논의될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회의장에 들어선 기자에게 퇴장을 요구했다. 시의회 회의는 공개가 ‘원칙’인데도 말이다.

이날 서울시의회가 보여준 건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63)의 의례적인 업무보고서 낭독뿐이다. 시의회 관계자는 “질의응답 시간에 외부로 직원 개인 신상이 노출될 수 있어서 (기자를) 나가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출입기자를 회의 도중 강제 퇴장시킨 건 서울시민과 더불어 모든 국민의 ‘알 권리’에 크게 반하는 행위다.

이번 서울시향 업무보고에서는 정 감독의 ‘재계약’ 여부가 논의될 공산이 컸다. “서울시향과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와 달리 서울시향과 정 감독의 재계약은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거듭된 요구에도 10년간 찾지 않던 서울시의회를 정 감독이 7일 갑자기 찾아가 ‘상견례’까지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상묵 위원장(새누리당)은 “재계약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컸다. 의원들이 자신의 발언이 언론에 노출되는 걸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비공개가 낫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사안이 공개 예정이던 회의장을 갑자기 폐쇄할 정도로 중대한 건지는 의문이다. 서울시의회 회의 규칙에는 회의 비공개 사유로 ‘사회의 안녕질서 유지’를 명시하고 있다. 정 감독의 재계약 여부의 공개가 군이나 정보 기밀만큼 우리 사회의 안녕질서 유지를 위협하는 건 아니다. 따라서 회의 비공개 방침은 서울시의회의 심각한 재량권 남용이다.

일부 시의원의 태도 역시 볼썽사나웠다. 퇴장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진수 서울시의회 새누리당 대표의원은 “회의하는데 무슨 기자가 와서 질문하고 앉아있어”라며 도리어 호통을 쳤다. 서울시 출입기자로서 서울시향 등 시 현안을 취재하는 건 기자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다. 이래서는 시민의 대표라는 서울시의원들이 스스로 규정 위에 군림하며 시민의 알 권리를 막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철호·사회부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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