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美軍부대서 생생 영어 배워요”

  • 입력 2009년 9월 17일 0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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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 2007년부터 캠프
중학생 30명 4주간 교육

“저는 경일여중에 다니는 강유진이라고 합니다. 미군부대에 처음 들어와 봤는데, 시설이 참 깨끗하고 좋아요. 이곳에서 현장감 있는 영어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9일 대구 남구 봉덕동 미군부대인 캠프워크 내 세미나실. 협성중 남학생 15명과 경일여중 학생 15명 등 30명이 책상 위에 영어교재를 펴놓고 원어민 강사로 나선 미군 부대원들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 부대 본부중대장인 실비아 존슨 대위가 인사말을 한 뒤 학생들이 앞으로 나가 각자 자신을 소개했다. 이 학생들은 미군 부대원 등 원어민 강사 4명과 영어로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얼굴을 익혔다. 4주간의 영어수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은 이달 말까지 매주 1회 이곳에 모여 3시간 동안 생활영어를 배운다.

교재비(5000원)는 각자가 부담하고 별도의 강의료는 없다. 이 영어수업에 참여한 협성중 A 군(15)은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학원에서 영어를 배울 수 없었는데, 학교 친구들과 미군 강사에게서 영어를 배울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부대도 견학하고 시설도 이용할 수 있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군부대가 지역 중고교생의 영어체험 학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 영어캠프가 열리기 시작한 것은 2007년 4월. 남구가 지역 중고교생에게 현장감 있는 영어학습 체험 기회를 주기 위해 미군부대와 함께 영어교육 프로그램인 ‘글로벌 앞산캠프’를 개설했다. 남구는 올해 4월부터 교육 인원을 25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등 캠프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 올해 7월 말 현재까지 12개 학교의 학생 566명이 이 캠프에 참여했다.

참여 학생들은 미군부대 안에서 원어민 강사가 진행하는 생활영어 회화수업을 한 뒤 부대 견학, 스포츠 및 여가활동 등을 즐기며 교재를 통해 배운 내용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영어를 배운다. 일부 학생은 “원어민 강사와 식사를 하고 게임과 운동도 함께하면서 영어로 말하는 데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미군부대 측은 생생한 영어교육을 위해 미국 현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강의를 하고 있다.

강사인 윌리엄스 중사는 “이 캠프에서 만난 한국 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며 “매주 한 차례 수업이 열리지만 학생들이 결석을 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임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구가 캠프 참여자를 대상으로 교육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0%가 ‘교육시설과 프로그램에 아주 만족한다’고 밝혔다. 남구 이진목 문화체육과장은 “미군부대 내 병사 식당과 숙소 등을 학생들이 돌아다니며 현장 영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하고 있다”며 “학생은 물론이고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아 교육 인원과 기간을 늘리고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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