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창원 공영자전거 고장-파손 신음

  • 입력 2009년 8월 17일 07시 37분


2명 동시 탑승… 묘기 경쟁…
‘누비자’ 하루 평균 50대 훼손
市, 일정 부분 책임 묻기로

“마음껏 타세요, 그러나 훼손은 안 돼요.” 경남 창원시가 국내 첫 시민 공영자전거인 ‘누비자(NUBIJA·누비다와 자전거의 합성어)’ 사랑 캠페인에 나섰다. 최근 이용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파손과 고장이 급증한 때문이다. 누비자는 5월 초 대한민국자전거축전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경남도청에서 창원시청 앞 광장까지 타고 이동해 더욱 유명해졌다.

창원시 자전거정책과는 16일 “지난달 중순부터 하루 평균 50대 이상의 누비자에서 고장이 생겨 수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장 수리에 필요한 부품 값만 하루 20만여 원. 인건비를 뺀 금액이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부품비와 인건비가 1억 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는 창원경륜공단 누비자운영센터로는 정비공간이 모자라 불곡가압장 옆 공터에 추가로 정비센터를 열었다.

특히 방학을 맞은 중고교생들이 누비자로 경주를 하거나 묘기를 부리는 과정에서 고장이 잦다. 누비자는 시내용 1인승인데도 일부는 산으로 올라가거나 2명 이상이 동시에 타 바퀴 부분을 못 쓰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방동 대동황토방아파트 앞 공영주차장의 누비자 터미널 등에서는 운전자가 뒷바퀴 덮개에 한 명을 더 태운 채 달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핸들의 변속장치를 거칠게 돌려 고장을 내거나 누비자를 터미널에 반납하면서 자전거 보관대를 고장 내는 이용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창원시 자전거정책과 하승우 보좌관은 “초보자들이 연습용으로 누비자를 타다 못 쓰게 만드는 사례도 있다”며 “누비자 가입회원이 아닌 사람이 카드를 빌려 타면서 고장을 많이 내 회원 관리를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시 공영자전거 이용약관은 회원카드의 대여나 양도, 경주와 산악등반 및 묘기, 개인용도의 개조 등을 제한하고 있다.

창원시는 17일부터 자전거 동호인의 협조를 얻어 ‘누비자 바르게 타기 캠페인’을 펴는 한편 누비자가 훼손되면 회원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또 누비자 이용약관을 어기면 회원 자격을 정지시킬 계획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시민 의식이 성숙해질 때까지 공영자전거 이용자에게 일정 부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18일로 출범 300일을 맞는 누비자는 터미널 101곳에 1230대가 비치돼 있다. 고장 수리 등을 제외하면 보통 500∼600대 대여가 가능하지만 일부 터미널은 이용자가 많아 여유 자전거가 거의 없다. 회원은 올해 1월 3964명에서 6월 1만8800명, 최근에는 2만9485명으로 늘었다. 창원시는 2012년까지 모두 5000대의 누비자를 300개 터미널에 비치할 예정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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