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나르는’ 바람 끝이 맵다. 뼛속까지 스민 서릿발을 할퀴어내듯, 응달의 품으로 쫓겨난 잔설(殘雪)을 훔쳐내듯. 날카로운 손톱을 세우고 겨울을 닦달하는 봄바람. 한편에선, 봄이 마냥 서러운 눈사람이 속절없는 ‘눈물’을 흘리고….
지난밤 산중에서는 된바람 센바람 노대바람이 불었다. 겨우내 ‘눈 짐’에 부대껴온 나뭇가지들이 무수히 꺾였다. 한평생을 ‘고삐’에 묶여 살다 이제 그 고삐마저 풀렸으니 외려 홀가분할까.
‘IMF 나라’에 사는 눈사람이 바람에게 물었다. “왜 나는 팔 다리가 없나요?” 퉁명스러운 바람의 대꾸. “목 없는 눈사람이 팔 다리는 어데 쓰게?”
아침 한때 눈발. 기온은 어제보다 풀려 아침 영하4∼0도, 낮 4∼7도.
〈이기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