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삶이 바뀝니다]돌고 도는 ‘아름다운 세상 기금’

  • 입력 2007년 3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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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여성가장의 창업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으로 지난해 5월 ‘희망가게 10호점’ 한식당을 차린 김미경(가명) 정혜숙(가명) 씨의 두 손. 두 사람은 또 다른 여성가장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받은 창업자금에 월 1%의 이자를 붙여 매달 기부 형식으로 다시 돌려주고 있다. 김미옥  기자
저소득 여성가장의 창업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으로 지난해 5월 ‘희망가게 10호점’ 한식당을 차린 김미경(가명) 정혜숙(가명) 씨의 두 손. 두 사람은 또 다른 여성가장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받은 창업자금에 월 1%의 이자를 붙여 매달 기부 형식으로 다시 돌려주고 있다. 김미옥 기자
“사장님, 여기 부대찌개 6인분요.”

“네, 추운데 맛있게 해 드릴게요.”

8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용강동 먹자골목 내 30여 평 규모의 식당.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이 들어서자 여주인 두 사람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한 명은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다른 한 명은 밑반찬과 물을 테이블로 가져다 날랐다.

여성가장인 김미경(가명·50) 씨와 정혜숙(가명·40) 씨는 지난해 5월 이 식당의 ‘사장님’이 됐다. 두 사람의 가능성을 믿어 준 아름다운재단의 창업지원금이 발판이 됐다.

○ 믿음으로 내밀어 준 손길

정 씨가 2005년 모자원에 입소했을 때 그에게 남은 것은 여덟 살 난 딸아이뿐이었다. 생후 15일 만에 뇌종양 진단을 받은 아이. 한 달에 20일이 넘는 병원생활, 하루 25만 원꼴인 병원비는 정 씨 부부에게 견딜 수 없는 부담이 됐다. 결국 치료가 끝나가던 2004년 봄 아파트를 날리고 남편과도 헤어졌다.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로 지정됐지만 정부보조금으로는 월세방조차 구하기 어려워 찾은 모자원에서 정 씨는 10년 가까이 식당일을 하며 아이 2명을 홀로 키워 온 김 씨를 만났다. 열 살 위인 김 씨는 아름다운재단이 저소득 여성가장의 창업을 지원하는 ‘아름다운세상기금’에 대해 말하며 동업을 제안했다.

○ ‘아름다운세상기금’과 ‘희망가게’

머리를 맞대 사업계획서를 쓰고 까다로운 면접과 현장실사를 거쳐 1인당 3000만 원씩 모두 6000만 원의 창업자금을 지원받았다.

드디어 지난해 5월 음식점 간판과 함께 ‘희망가게 10호점’이란 문패를 내거는 순간 김 씨의 눈엔 눈물이 핑 돌았다.

“일어설 기회가 있을까 싶었어요. 담보도 없는데 음식 할 줄 아는 것 하나 믿고 창업자금을 지원해 주더라고요. 아이들도 ‘사장님 엄마’를 좋아하고 이제 희망만 보려고요.”(김 씨)

이들이 도움받은 ‘아름다운세상기금’은 ㈜아모레퍼시픽과 아름다운재단이 공동 시행하는 마이크로크레디트(무보증 소액창업 대출)의 일환.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주인 고 서성환 회장의 유지에 따라 2003년 유족이 재단에 당시 시가 50억 원 상당의 주식 7만4000주와 2002년도 이익배당금을 기부했다.

재단은 기금의 운영수익을 재원으로 저소득 여성가장에게 창업자금과 컨설팅, 사후 관리 지원을 시작했다. 이렇게 문을 연 ‘희망가게’가 미용실, 피자집, 분식점 등 지금까지 모두 12곳. 기금을 받고 창업을 준비하는 여성가장도 6명이 더 있다.

○ ‘희망의 빛’은 돌고 돈다

‘아름다운세상기금’으로 지원되는 창업자금은 대출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상환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희망가게를 연 여성가장들은 사회에서 받은 나눔의 혜택을 또 다른 여성가장들이 일어서도록 되돌려 주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정온주 간사는 “이들은 창업 3∼6개월 뒤부터 매달 40만 원가량 기부 형식으로 줄어든 기금을 채워 나가고 있다”며 “모인 기부금이 9월이면 3000만 원에 이르러 다시 1명의 여성가장에게 창업자금을 지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희망가게’ 1호점에서 시작된 ‘희망의 빛’은 이렇게 돌고 돈다.

“창업자금으로 지원받은 3000만 원을 모두 갚으려면 7년은 더 걸리겠지만 그 돈이 결국 나 같은 처지에 있는 여성가장의 희망을 키우는 곳에 가게 되는 거잖아요. 빨리 자리 잡아서 내가 받은 ‘희망’을 더 많은 사람에게 주고 싶어요.”(김 씨)

나눔의 터전 희망가게 창업 현황
호점업종창업일위치
1한식당2004년 7월서울 종로구 가회동
2한식당2004년 11월서울 노원구 중계동
3미용실2005년 4월서울 용산구 도원동
4파견2005년 5월서울 광진구 구의동
5매점2005년 3월서울 동대문 신발상가 내
6미용실2005년 10월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7피자가게2005년 11월서울 동작구 사당동
8개인택시2006년 3월
9재활용 업체2006년 4월경기 화성시
10한식당2006년 5월서울 마포구 용강동
11분식집2006년 6월서울 중랑구 면목동
12자동차 수리점2007년 2월서울 중구 신당동
2007년 2월 현재.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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