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글로벌 코리아]<2>학교보내기 힘들어요

  • 입력 2004년 7월 5일 18시 27분


코멘트
영국인 M씨(51)는 9년째 세 아들과 떨어져 한국에서 살고 있다. 중학생인 두 아들과 초등학생인 막내 아들을 주한 외국인학교에 보내려면 한해 등록금만 7000만원이 넘기 때문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열악한 자녀 교육 여건 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외국인 학교가 부족한 데다 등록금이 학생 1인당 연간 2000만원이 넘어 자녀 학비를 지원받는 대사관 직원이나 상사 주재원이 아니면 교육비를 감당하기 힘들다.

KOTRA 인베스트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미국학교 연간 등록금은 1만7500달러(약 2100만원)로 한국인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1.75배다. 홍콩(1인당 GDP의 0.49배), 싱가포르(0.81배), 대만(1.16배)에 비해 절대 액수도 많은 편이다.

현재 주한 외국인학교 수는 44개다. 이 가운데 화교 학교가 19개, 미국 학교가 18개다. 일본 프랑스 학교는 각각 2개,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 학교는 각각 1개다. 이 가운데 초중고교 과정이 있는 학교는 14개뿐이다.

주한 외교관과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부인들의 모임인 서울국제여성협회(SIWA) 이혜영 부회장(40)은 “중고교생 자녀가 있는 외국인들은 아예 한국을 떠나거나 아이만 본국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교육 여건 때문에 한국을 꺼리는 외국인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4명의 자녀를 둔 파키스탄인 샤이드 바시르(36·개인사업)는 “주한 외국인학교는 비싼 등록금에 비해 시설이나 수준은 높지 않다”면서 “학비가 싸면서도 수준이 높은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로 아이를 보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은 육아나 가사 도우미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자녀를 키우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호주인 L씨(35·여)는 “필리핀 등지에서 영어를 할 수 있는 가사 도우미를 데려오고 싶어도 한국 행정당국의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외국인학교 졸업생은 국내 학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미국인 졸업생도 미국 대학에 진학하려면 토플시험을 치러야 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을 받고 있지 못한 것도 문제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