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93년 대전엑스포 폐막

  • 입력 2008년 11월 7일 02시 58분


1993년 11월 7일 오후 7시. 대전 대덕연구단지 한빛탑광장에서 어둠을 뚫고 한 줄기 빛을 남기며 꿈돌이가 하늘로 올라갔다. 꿈돌이를 환송하는 사람들은 한데 어울려 강강술래를 하며 한빛탑 주위를 돌았다.

이어 바로 앞 갑천에선 수상영상쇼가 펼쳐졌다. 그리고 ‘21세기 은하수의 길’이라는 주제의 불꽃놀이가 한밭 벌의 하늘을 수놓았다.

오후 10시 엑스포대종(大鐘)의 힘찬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93일간의 대장정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1993년 8월 7일부터 대전의 대덕연구단지 일대에서 열린 대전국제박람회(대전엑스포)가 11월 7일 폐막된 것이다.

대전국제박람회는 우리나라가 국제박람회기구의 공인을 받아 개최한 첫 박람회이자 개발도상국에서는 처음 열린 국제박람회였다. 게다가 우리가 국제박람회에 처음 참가한 지 100년 만에 열렸다는 점에서 더욱 뜻 깊은 박람회였다.

우리가 처음 참가했던 국제박람회는 1893년 미국 시카고국제박람회.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박람회였다. 이보다 10년 전인 1883년 미국 보스턴국제박람회에 비공식적으로 참가한 바 있지만 독자적인 전시공간을 갖추고 공식적으로 국제박람회에 참가한 것은 시카고박람회가 처음이었다.

당시 우리의 전시공간 이름은 ‘조선관’이었다. 그때 촬영한 조선관의 사진을 보면 가마, 찬장, 식기, 짚신, 화로, 장기판, 연, 도자기, 병풍, 관복 등이 눈에 띈다. 일상용품이나 수공예품이 대부분으로, 근대화에 뒤져 있던 당시의 조선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그로부터 100년이 흐른 시점에 한국에서 국제박람회가 열렸으니 감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전국제박람회의 주제는 ‘새로운 도약의 길’이었다. 부제는 ‘전통 기술과 현대과학의 조화’와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재활용’. 공식 마스코트는 ‘꿈돌이’. 머리 위에 별을 달고 있는 귀엽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의 꿈돌이는 당시 미래와 희망의 상징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대전국제박람회는 우리나라가 이룩한 발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향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108개국과 33개 국제기구가 참가했고 1400만 명의 국내외 관람객이 다녀갔다. 자기부상열차 태양열자동차 등의 첨단기술이 소개돼 국내외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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