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쟁점토론]교원단체의 정치활동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33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18일 개최한 ‘교원단체의 정치활동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계기로 교원단체의 정치활동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정치활동에 찬성하는 측은 교원단체 같은 이익집단과 정당은 그 태생의 뿌리가 동일하며 ‘정치의 교육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교원단체의 정치활동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하는 측은 교원단체의 정치활동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교사들 사이에 반목과 불신을 조장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찬성/정치권의 교육간섭 저지▼

내년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다. 그래서인지 요사이 교원단체와 시민운동단체의 정치참여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먼저 시민운동단체의 정치참여와 교원단체의 정치참여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시민운동, 그리고 거기에서 연유하는 시민운동단체는 후기산업사회의 산물로 개개인의 이익 침해에 대해 저항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이에 비해 교원단체는 그 성격이 이익단체로, 집단적 이익을 추구하는 산업사회의 산물이다. 정당 역시 산업사회의 산물로 특정 집단의 이익을 제도권에서 대변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정당과 이익집단은 산업사회의 산물이면서 집단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바로 이런 점은 이익집단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가 된다.

교원단체는 교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이익집단적 성격을 가지면서 동시에 교육이라는 공익적 차원의 전문가 집단이라는 성격도 가지고 있다. 이익집단적 성격은 교원단체의 정치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며, 공익적 차원의 성격 역시 정치참여의 당위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오늘날 정치적 영향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있는 영역은 지극히 제한적이고, 공익 역시 정치적 영향력을 받기 때문이다.

요사이 사회문제로 등장한 공교육 붕괴 현상이 상당 부분 교육에 대한 정치적 영향 때문에 발생했다고 한다면, 이러한 공교육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교원단체의 정치참여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최근 교사들은 자신이 개혁의 대상이 되었다는 현실에 분노하면서 교사의 권리와 권위를 박탈당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무기력에서 탈피하기 위해 교사의 권리와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라도 교원단체의 정치참여는 필요하다.

교원단체의 정치참여와 관련하여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정치의 교육적 중립’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에 관한 문제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교육의 정치적 중립’만을 외쳐왔지 ‘정치의 교육적 중립’에 관해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광복 이후 역사를 돌이켜볼 때,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일이 군사정권 하에서 빈번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의 교육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교원단체의 정치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나라의 최상위 법인 헌법 37조 2항은 국민의 기본권을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원단체의 정치참여가 이러한 조항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즉 교원단체의 정치참여는 ‘집단적 차원’에서의 ‘집단적 시민권’의 행사라고 보여지며, 따라서 이러한 정치참여는 잃어버린 권리를 회복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신 율(명지대 교수·정치학)

▼반대/교육현장 정치오염 우려▼

교원단체가 고도의 전문화된 이익집단으로 교육과 교원의 권익에 관련된 정책결정 과정에 집단적으로 이익을 표출하고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집단적으로 선거에 참여하여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거나, 정치 세력화 내지 정치권에 진입하는 등의 정치활동은 더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교원단체의 제한 없는 정치활동이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한 원인의 하나로 법치주의의 실종과 법 경시 풍조가 지적되는 상황에서 교원단체의 활동은 일반 시민운동단체와 달리 더 합법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한다.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 확대 주장의 시대적 법리적 당위성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법과 질서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선생님들의 접근방식은 달라야 할 것이다.

둘째, 교원단체의 성격이 정치집단으로 변질돼 정쟁에 휘말리면 교육환경이 정치에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대단한 상황에서 교사들이 진흙탕 싸움에 끼어든다면 교육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교사들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줄을 댄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으며, 역으로 정치권은 교원단체를 선거에 이용하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줄을 잘못 섰다가 만에 하나 정치적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이 온다면 정치경험이 전무한 교사들은 이를 어찌 감당하겠는가.

셋째,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교원단체 회원이 편향된 시각에서 당파적 가치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초중등학생 교육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학교는 특정 이념이나 가치의 전달 현장이 아니라 다양한 사상의 시장이 되어야 한다. 학부모들은 정치적 압력과 권력으로부터의 교육의 독립도 원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교원의 정치적 중립, 교육의 무당파성, 교육의 정치 불간섭 등을 바라고 있다.

넷째, 교원단체간 또는 교원 상호간의 내부 분열과 갈등으로 교사들의 이미지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 교육정책에 대한 노선이 다른 교원단체간에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지지 또는 반대 운동 과정에서 충돌 가능성이 있다. 교원단체끼리 싸우면 학부모들이 교사를 불신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또한 수만 혹은 수십만 회원의 다양한 정치적 선호와 소속단체의 정치노선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며, 어떤 방법으로 합의를 이끌어낼 것인지 걱정스럽다. 자칫 교사들 사이에 반목과 불신만 깊어질 수 있다.

우선 시급한 과제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원노조, 한국교원노조 등 모든 교원단체가 교원 개인의 정당 가입, 선거운동 참여, 피선거권의 확대 등 정치적 기본권을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받기 위해서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다음 단계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홍득표(인하대 교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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