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여전한 안전거리 미확보

  • 입력 2002년 10월 20일 18시 32분


8월23일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는 탱크로리와 트레일러 등 대형화물차 6대가 잇따라 추돌해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급커브길에서 운전부주의로 뒤집힌 트레일러를 뒤따라오던 탱크로리 등 대형차량 5대가 잇따라 들이받으면서 일어났다. 사고차량 운전자는 “앞에서 사고가 났기에 정지했는데 뒤차가 와서 충돌했고 나는 충격에 밀려 앞차와 부딪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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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6일 뒤에는 영동고속도로 하행선의 한 터널에서 수학여행을 가던 고교생을 태운 관광버스 8대와 승합차 등 11대가 연쇄추돌해 1명이 숨지고 무려 100여명이 다쳤다.

터널 안에서 화물차와 승합차가 부딪친 후 뒤따라오던 관광버스 8대가 연쇄적으로 뒤를 들이받아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끔찍했던 두 사고 모두 차량들이 앞차와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채 달리다가 생긴 것.

▽안전거리 미확보 사고 여전〓경찰청에 따르면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한 사고는 건수면에서 감소했다. 이는 안전띠 미착용 단속 등 경찰의 교통단속이 대폭 강화돼 전체적으로 사고가 크게 줄었기 때문. 2001년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총 26만579건으로 1년 전에 비해 3만건(10.3%)이나 감소했다.

또 사고원인이 안전거리 미확보인지 아닌지를 경찰관이 정확히 가려내기 어렵기 때문에 안전거리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어도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처리되는 사례가 많다.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인한 사고는 전체 사고의 63.7%를 차지한다.

따라서 안전거리 미확보로 발생하는 사고는 통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사고는 주로 뒤차가 앞차를 추돌하는 것이어서 일반적으로 앞차에 탄 승객의 피해가 크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홍승준(洪承駿) 박사는 “뒤차가 30㎞ 속도로 부딪치면 앞차에 가해지는 충격은 시속 90㎞에 해당된다”며 “특히 앞차 승객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충격을 받기 때문에 목과 허리에 치명적인 부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전자의 양보운전이 최선책〓도로교통법 17조에는 ‘모든 차는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앞차의 뒤를 따를 때 앞차와의 충돌을 피하는 데 필요한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고속도로를 비롯해 규정속도가 시속 80㎞ 이상인 도로에서는 규정속도 수치가 그대로 지켜야 할 안전거리가 된다. 예를 들어 규정속도가 100㎞이면 앞차와의 거리가 100m 이상이 돼야 한다.

그러나 이런 규정은 경찰 단속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경찰이 앞차와 너무 바짝 붙었다는 이유로 달리는 차량을 세울 수 없기 때문에 단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앞차를 추돌하는 사고가 나면 안전거리 미확보의 책임을 물어 뒤차의 운전자에게 무거운 책임을 묻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박종화(朴鍾和) 홍보팀장은 “정상적인 운전자들이 안전거리를 확보하면 과속차량이 자꾸 끼어들기 때문에 차간거리가 좁아진다”며 “주행속도에 따른 정지거리를 고려해야 교통사고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임평남(林平南) 박사는 “외부적인 경찰 단속보다는 운전자 스스로 과속을 자제하고 양보하는 운전습관을 가져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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