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문화도 월드컵시대]미국의 교통사고 줄이기

  • 입력 2001년 8월 30일 19시 08분


미국은 최근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혈중알콜농도의 단속 기준을 강화하고 청소년의 음주운전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또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운전자에게 술을 판 업소 주인에게까지 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면 프로그램 실시, 사회봉사명령 강화 등을 통해 교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사회봉사명령제(Community Sercive Order) 등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법안 등을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지난 7일 오전 미국 인디애나주 블루밍턴시의 한 무료급식소에서는 수십여명의 ‘봉사자’가 식사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는 이 급식소는 실업자와 빈민층, 결식아동 등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다.

지난해의 경우 하루 평균 250명분씩 모두 8만2000명분의 식사를 제공했다. 이 곳의 봉사자는 총 60여명이지만 10여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 곳 책임자인 줄리오 알론소는 “대부분의 봉사자들은 교통법규 등을 위반해 법원으로부터 일정기간 동안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사람”이라며 “이들은 식사 준비와 청소, 행정업무 지원 등의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곳에서 2주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제임스 빌은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경우. 음주운전을 하다 처음으로 적발됐기 때문에 비교적 가벼운 40여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받았다.

빌씨는 “주당 3회에 걸쳐 6시간씩 식사 준비를 하고 청소도 돕고 있다”며 “변호사 비용과 벌금, 면허정지 등 경제적 시간적 손실을 생각하면 ‘다시 음주운전을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책임자인 알론소씨가 일한 시간 만큼 관련 서류에 ‘확인’ 사인을 해주면 이들은 이를 블루밍턴 보호관찰국에 제출해 봉사시간으로 인정받는다.

이 급식소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브루밍턴 봉사활동 본부’. 이 곳은 보호관찰국과 연계해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사람들에게 적당한 일과 기관을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직원 조쉬 카자레즈는 “공원 청소 등 단순 노동에서 교통캠페인과 서류작업 등 다양한 봉사활동이 있지만 사회봉사명령자들이 점차 늘고 있어 봉사자가 일할 곳이 부족한 편”이라며 “사회봉사명령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더욱 다양하고 효과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봉사명령제는 중범죄자 아닌 경우 징역형 또는 높은 벌금형 대신 재범 방지를 보다 실효성있게 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됐다. 주로 교통사범과 폭력사범 등에게 집행유예와 함께 사회봉사명령이 내려진다. 심각한 교통사범이 아니면 2회까지 구금을 피하고 벌금과 면허정지 처분을 내린 뒤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토록 하고 있다.

이 제도는 영국이 72년 처음 도입했으며 미국은 80년대부터 각 주별로 실시하고 있다. 판사가 사회봉사명령 시간을 정하면 법무부 산하 기관인 보호관찰국에서 이를 관리 감독한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89년 사회봉사명령제가 도입됐다. 처음에는 소년범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나 97년부터 성인까지 확대 실시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성인과 소년을 포함해 총 4만2761명이 사회봉사명령을 받았는데 이는 99년(4만1640명)보다 2.7% 증가한 것이다. 이 중 99년에서 이월된 인원을 제외한 3만7295명 중 교통사범이 전체의 28.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사회봉사명령 시간은 101∼200시간이 1만7370명으로 가장 많았고 51∼100시간이 1만2707명, 50시간 이하가 5411명 등이었다. 사회봉사명령 이수자의 재범률은 2.7%로 일반 형사범의 재범률(50%)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는 곳이 주로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국한돼 있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블루밍턴〓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美 고등법원 나잠-반즈 판사▼

“범법자를 일괄적으로 구금하기보다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기회도 갖는 사회봉사명령제를 더욱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인디애나주 고등법원 에드워드 나잠 주니어 판사는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일부에서 사회봉사명령제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공익적인 측면과 각종 봉사단체 등을 감안할 때 바람직한 요인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디애나주에서는 상습 위반자 등은 중형에 처하지만 교통사고의 경우 초범이나 재범은 경범죄자로 간주해 벌금과 함께 사회봉사명령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범죄자와는 달리 대부분 과실범이기 때문에 스스로 깨우치는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동료인 미카엘 반즈 판사는 “사회봉사명령 이행자들을 수용해 효과적으로 봉사토록 하는 기관과 단체를 더욱 발굴하고 감시 인력을 확충하는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고 음주운전 등이 얼마나 나쁜 범죄인지를 깨닫도록 하는 교육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교통사고 방지에는 경찰의 강력한 단속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반즈 판사는 “노동절이나 독립기념일 크리스마스 등에 보다 많은 경찰을 동원해 음주운전을 막고 과속을 방지토록 하는 것이 인명피해 감소에 가장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인디애나폴리스〓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취재단 및 자문위원단▼

▽특별취재팀〓최성진차장(이슈부 환경복지팀장) 구자룡(경제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송진흡 남경현(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 최호원기자(사회부)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김태환(삼성화재교통안전문화연구소장)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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