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문화도 월드컵시대]교통사고와 "30년 전쟁"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40분


《한국이 박정희(朴正熙)대통령 시절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웠을 때 일본은 ‘교통안전 기본계획’을 만들어 사망자 줄이기에 나섰다.

경제성장과 함께 자동차 보급이 늘어난 일본은 1965년 이후 교통사고가 급증하기 시작해 70년에는 사망자 1만6765명, 부상자 98만196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60년의 교통사고 사망자(1만3400여명)는 청일전쟁 당시 일본군 전사자보다 많은 수인데 70년에 이보다 많은 1만6000여명이 교통사고로 숨지자 ‘교통전쟁’이라는 말이 나왔다.》

일본정부는 이처럼 교통사고가 사회 문제화되자 71년부터 5년 단위로 ‘교통안전 기본계획’과 ‘교통안전시설 정비계획’을 시행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교통안전에 대한 이 두 가지 계획은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했다.

시행 첫해인 71년에 사망자가 1만627명으로 줄어들더니 2차 계획이 끝난 80년에는 8760명으로 절반 수준으로까지 감소했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여기에 필요한 정책을 체계적으로 시행하면서 교통안전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한 것이 사고감소의 원동력이었다. 71∼95년에 교통안전시설을 정비하는 데 투자한 금액은 약 11조엔.

▼총리 '특별 담화문'등 총력▼

교통안전에 대한 부처별 업무를 총괄 조정하고 대책의 성공 및 실패원인을 해마다 면밀히 평가하는 작업도 병행됐다. 여기에는 총무청 산하 교통안전대책실의 역할이 컸다.

일본 경찰청 산하 교통과학 연구소의 마쓰우라(松浦)연구원은 “교통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서 육교나 안전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교통환경을 개선한 게 사고 줄이기의 지름길이었다”며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87년까지 1만명을 밑돌던 교통사고 사망자가 다음해부터 8년간 계속 1만명을 넘어서자 일본은 “2차 교통전쟁이 시작됐다”며 총리가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는 등 범정부적인 대책마련에 나섰다.

70년대에는 보행자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인도와 차도 분리, 어린이 놀이공간 확보, 자전 거 도로 정비, 뺑소니 사고방지에 중점을 기울였다면 80년대와 90년대는 대형차, 오토바이, 고령자 등 교통사고를 많이 일으키는 집단과 응급 구조체계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게 특징.

필자의 지도교수였던 일본 오사카(大阪)대의 나가야마(長山)명예교수는 “80년대 후반부터 교통사고가 다시 증가한 이유는 교통안전 교육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교통안전이 사회이익" 공감대▼

안전시설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성과를 거둬 인명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했지만 영국이나 독일과는 달리 운전자와 보행자의 질서의식이 몸에 배지 않아 사고를 많이 낸다는 주장이다.

일본정부는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교통안전 캠페인을 벌이면서 ‘운전할 때는 속도를 줄이고 차에 탈 때는 안전벨트를 매고 노인은 야간외출시 주의하라’는 기본적인 상식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이에 따라 제6차 교통안전 기본계획이 시작된 96년부터 교통사고 사망자가 다시 1만명 이하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물론 교통안전시설에 대한 투자(5조2700억엔)도 계속됐다.

정부가 무관심하고 질서수준이 낮으며 안전시설이 충분하지 않는 등 교통문화가 총체적으로 나쁘게 형성되어 있을 때 교통사고는 늘 수밖에 없다. 이런 문화를 바꾸려면 교통안전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여가증가 따른 대책 필요"▼

안전부문에 투자하고 질서를 지키면 개인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고 자동차 생산기업은 자동차 성능향상을 통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정부와 다른 기업은 교통사고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필자 및 나가야마 교수와 88년부터 3년간 ‘교통의 문화적 요인에 관한 연구’를 공동 진행했던 일본 지바(千葉)대의 스즈키(鈴木·사회학)교수는 “일본이 앞으로도 교통사고율을 낮추려면 여가시간과 야간생활 증가 등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과 사회발전 패턴이 비슷한 한국이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이 순 철(충북대교수)

▼자문위원단▼

▽자문위원단〓내남정(대한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특별취재팀〓오명철차장(이슈부 메트로팀·팀장) 이인철( 〃 교육팀) 송상근( 〃 환경복지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송진흡(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기자(사회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