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미군기지 반환 해당주민들 희비 쌍곡선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8시 21분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33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에서 주한 미군기지 반환 및 신규 공여지역이 결정되자 관련 지역 주민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군기지가 반환되는 경기 파주시와 동두천 포천지역 주민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한 반면 신규 공여지역으로 결정된 경기 의정부시와 오산 평택 등지의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한미군 역사〓주한미군이 국내에 처음 주둔하게 된 것은 1945년 9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소간 합의에 따라 일본군 무장해제 및 38선 이남의 군정을 위해 미 육군 24군단 소속 7만2000명이 들어오면서부터. 이후 1949년 6월 500여명의 군사고문단을 제외한 전 병력이 철군했다가 1950년 7월 미군이 6·25전쟁에 참전하면서 다시 주둔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군이 사용 중인 땅은 전국에서 90여개 기지 7440만평. 각종 시설을 제외하고 토지비용만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10조원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발지역〓의정부시 용현동 캠프 스탠리 일대 24만여평이 신규 공여지역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인근 민락, 송산, 금오 택지개발지구 아파트 주민들과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3개 택지개발지구에는 지난해부터 본격 입주가 시작돼 모두 2만여 가구가 입주해 있다. 이들 주민들은 “주거지 인근에 대규모 미군기지가 조성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땅 미군기지 되찾기 의정부시민연대회의’ 임성수 집행위원(36·여)은 “일부를 반환하고 다시 대규모 기지를 조성한다는 것은 ‘조삼모사’식의 우롱행위”라며 “미군기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신규 공여지역이 17만평에 이르는 평택지역은 시민단체들이 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매향리 주민들은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매향리를 반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매향리 사격장 철폐투쟁을 계속 전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매향리 주민소음피해 대책위원회(위원장 전만규·全晩奎·45)는 일본 오키나와 등 해외 미군기지 주둔지역 주민들과 연계해 투쟁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대구 남구 대명5동에 위치한 미군기지 캠프 워커 부근 주민들도 “부대 내에 헬기장이 있어 비행안전구역 설정에 따른 고도제한 규정에 묶여 수십년간 주택 건축에 제한을 받는 등 재산권 행사를 못하고 있고 소음과 진동 공해에도 시달리고 있다”며 “언제까지 이 같은 불편을 참아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미군기지 되찾기 대구시민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주민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이번 합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환영지역〓파주지역 주민들은 신규 공여지역 없이 6개 미군기지와 훈련장 등이 반환되는데 대해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

주민 김상준씨(42·파주시 문산읍)는 “당장 개발이 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기지반환에 따라 파주시가 장기적으로 크게 발전할 가능성을 확보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시내 중심가를 제외하면 거의 전지역이 미군 기지인 동두천시 주민들은 이번 결정을 크게 반기고 있다. 450만여평의 캠프 케이시로 파주 일대 미군기지가 이전해 올 것으로 알려졌지만 추가 공여지역이 없다는 점이 주민들이 반기는 이유. 또 많은 미군이 새로 동두천으로 유입되면 보산동 관광특구를 중심으로 지역 경제에도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상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캠프 콜번(미 8군 304통신대)이 이전하는 경기 하남시 주민들은 지역 개발이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경현·이동영·이철희기자>choi@donga.com

▼서울시 용산新청사 사실상 무산▼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이 보류됨에 따라 이 기지 부지에 신청사를 지어 새로운 부도심으로 개발하려던 서울시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을지로 극동공병단 등 서울시내에 있는 4곳의 미군 시설들이 용산기지에 통폐합돼 이 기지가 상당기간 존속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신청사 계획은〓서울시는 용산기지 이전 보류로 인해 신청사 건립계획이 장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90년 한미 양국 정부가 용산기지 이전에 대한 합의각서를 체결한 직후 기지 86만평 중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쪽 5만여평에 시청 신청사(지상 30층, 연건평 7만평)를 짓는 토지이용 계획을 수립했다”며 “그러나 용산기지가 그대로 있으면 이 계획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고건(高建) 시장이 지난해부터 추진한 신청사 기본설계용역 발주와 용산기지에 대한 도시계획시설지구 지정도 무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관련 공무원은 “어차피 현행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만큼 내년 지방선거 이후 취임할 새 시장이 신청사 건립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은 ‘외국땅’〓용산은 역사적으로 외국 군대의 ‘단골 주둔지’였다. 첫 외국군은 임진왜란 때 진주한 일본군으로 명나라 침략을 위한 보급기지로 활용했다.

이후 1882년 임오군란 당시 청나라 군대가 잠시 주둔했다가 1894년 청일전쟁에서 패하면서 다시 일본군 땅이 됐다. 일본군은 8·15 해방 때까지 이 곳에 조선군 사령부를 뒀다. 해방 후에는 미군이 잠시 사용하다가 철수했다. 그러나 6·25전쟁으로 1953년 6월부터 다시 주한 미군사령부가 설치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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