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유통업계 셔틀버스 운행중단 한달

  • 입력 2001년 7월 30일 18시 28분


요즘 경기 고양시 일산구 L백화점의 진입로(왕복 2차로)에는 차로 한 개가 없다. 이달부터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된 뒤 자가용 쇼핑객이 크게 늘어 중앙선에까지 걸쳐 주차하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 때문에 1개 차로의 남은 공간을 비집고 운행하는 차량과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이 뒤엉켜 아슬아슬한 장면이

되풀이되고 있다. 백화점 할인매장 등 유통업계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된 지 30일로 한달을 맞았다. 유통업체의 매출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크게 증가했으며 재래시장 및 대중교통 활성화 등 기대 효과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유통업계 매출신장〓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의 이번 여름 바겐세일의 매출은 셔틀버스가 운행됐던 지난해보다 16∼25% 증가했다. 특히 롯데백화점 본점은 고객당 평균 구매액이 8만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5100원)보다 23.7% 증가하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은 식품매장의 매출이 오히려 30∼40% 늘었다”고 밝혔다.

분당지역 유통업체들은 용인 수지 등 주변 지역 고객은 줄었으나 주말 고객이 늘면서 매출에는 큰 변동이 없는 상태.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백화점을 자주 찾을 수 없어 구입할 물건 목록을 작성해 와 물건을 사는 등 목적 구매가 늘어나 1인당 구매금액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쇼핑문화가 바뀐다〓주말에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한 가족 단위 쇼핑객들이 늘고 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은 모든 매장의 주차장 회전율이 주중에 10∼15%, 주말에 20∼30% 가량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기준으로 주차장 이용차량이 셔틀버스가 다니던 4월 세일 기간에는 하루 평균 5800여대였으나 7월 세일 기간에는 6700여대로 늘었다. 롯데백화점측은 “가족 단위 고객들이 늘면서 가족 구성원의 공통 관심사인 가정용품 판매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열대야 현상으로 야간 할인매장과 온라인 쇼핑몰도 인기를 끌고 있다. 24시간 개장하는 킴스클럽 강남점은 낮과 밤의 매출비가 6 대 4 에서 4 대 6으로 역전됐고 오전 2시까지 58개 계산대를 모두 가동할 정도다. 온라인 쇼핑몰 한솔CS클럽은 7월 매출이 192억으로 전년 동기(102억원)나 6월(113억원)에 비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예상 빗나간 정책?〓건설교통부와 서울시는 셔틀버스 운행중단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중교통 및 재래시장 이용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주목할 만한 변화는 보이질 않는다.

일선 지자체들은 대중교통 정책을 활성화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셔틀버스 운행 금지 조치에 맞춰 경기 수원 성남 고양시 등 5개 시군은 시내버스 4개 노선을 신설하고 22개 노선을 조정키로 했으나 현재 2개 신설, 12개 조정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방학 등 계절적 요인이 있어 대중교통 이용률 등은 좀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쇼핑 여건이 낫고 주차장 시설이 넉넉하면 대형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지완·남경현·이동영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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