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한동대 '제2 포항대 꿈' 무너지나

  • 입력 2001년 5월 30일 18시 41분


‘제2의 포항대’를 목표로 문을 연 뒤 개교 6주년을 넘긴 한동대가 운영 문제를 둘러싸고 대학측과 포항지역 시민단체들간의 대립이 계속되면서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특히 김영길(金泳吉·62) 총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사태가 더욱 꼬여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교육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사태의 발단〓한동대는 포항지역에서 쓰레기매립업으로 돈을 번 송태헌씨가 320억원을 투자해 95년 설립한 대학. 그러나 쓰레기매립장 붕괴사고로 송 이사장이 운영하던 기업이 부도가 나면서 재원 조달이 어렵게 되자 포항선린병원과 합병했고 학교 경영권도 교체됐다.

이후 포항지역 시민단체 등이 종교 재단을 바탕으로 한 한동대 새 경영진이 당초의 건학 이념과는 달리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한동대재단정상화추진위원회(한정추)’를 구성했고 송씨도 학교를 되찾으려 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한편 대학 보직교수들도 97년 송씨를 자금유용 혐의로 고발했지만 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이 내려졌다. 이후 끊임없이 민원이 제기됐고 99년 실시된 교육부 감사에서 △국고보조금 16억원 전용 △교육부 허가없이 90억원 불법 기채 △대학건축공사 계약서 불법 변조 등의 사항이 적발됐다.

한정추 등 시민단체들은 이런 위법사항을 들어 김 총장을 검찰에 고발해 지난해 5월부터 수사가 시작됐다. 김 총장과 오성연(吳誠衍) 행정부총장은 지난해 10월 불구속 기소됐으나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11일 김 총장에게 업무상 횡령과 교비 전용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교수와 학생 반발〓교수진과 학생 대부분은 김 총장을 옹호하고 있다. 어려운 재정여건에서 학교를 운영하면서 빚어진 불가피한 일이지 결코 개인적인 치부를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교수와 학생들은 스승의 날인 15일 김 총장이 구속 수감된 경주교소도 앞에서 항의 시위를 했고 포항시장 등 각계 인사의 서명을 받아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동대 언론홍보팀장인 허명수 교수는 “현직 총장을 법정 구속한 것은 사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라며 “앞으로 2, 3심까지 가더라도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 총장이 송씨에게 혐의가 없는 점을 알면서도 횡령혐의로 무고했으며 불성실하게 재판에 임하는 등 죄질이 나빠 구속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주장〓포항지역 시민단체들이 반발하는 원인에는 지역대학이면서도 지역출신 학생들이 입학하지 못하는 ‘외지인 대학’이라는 거부감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포항지역발전협의회 이상곤 사무국장은 “엘리트 교육을 표방하고 있고 실제로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입학하고 있지만 지역 학생은 10% 안팎에 불과하다”며 “지역사회를 위한 대학으로 만들려던 당초의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특정 종교를 강조하는 학교로 변질된 만큼 김 총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에선 “특성화 교육으로 주목받던 한동대가 내부 문제로 좌초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대학과 시민단체가 한발씩 양보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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