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차선지키자]중앙선침범 年2천여명 사망

  • 입력 1999년 5월 10일 12시 17분


《지난해 10월23일 오후 강원 평창군 용평면 속사리 영동고속도로. 전직 고위관료 일행 부부 16명을 태운 중형버스가 강원도로 향하고 있었다.

4차로 확장 공사구간에 들어선 중형버스 운전사 정모씨(49)는 앞서가던 승용차가 눈에 거슬렸다. 당시 차량들은 완공된 하행선 2차로를 상하행 1차로씩 이용하고 있었다. 정씨가 앞 차를 추월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는 순간 맞은 편에서 갑자기 고속버스가 나타났다. 피할 틈도 없이 고속버스와 정면충돌했고 이 결과 사망 12명, 중상 22명의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중앙선 침범사고는 발생했다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97년 한해동안 중앙선 침범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천36명.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17.5%를 차지했다. 과속사고 사망자(5백12명)의 4배, 음주운전사고 사망자(1천4명)의 2배에 달할 정도다.

또한 중앙선 침범사고의 10.5%가 사망으로 이어졌다. 과속 다음으로 높은 치사율이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분석센터 임평남(林平南)박사는 “중앙선을 넘게 되는 이유는 졸음운전 운전미숙 미끄러짐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사망에 이르는 대형사고의 대부분은 과속이 주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추월을 위해 과속하는 상황에서 맞은편 차량과 정면충돌할 경우 특히 피해가 크다. 이같은 정면충돌 사고가 주로 발생하는 곳은 2차로가 대부분인 국도나 지방도. 97년의 경우 전체 중앙선 침범사고 사망자의 64%를 차지했다.

내리막 커브길에서 트럭 등 대형차량들이 밖으로 쏠리지 않기 위해 중앙선을 절반쯤 침범해 도는 것도 대형사고의 원인이 된다.

도심에서는 불법 유(U)턴을 위해 고의로 중앙선을 넘거나 가변차로 구간에서 착오로 중앙선을 침범하는 경우가 대부분.

야간에는 맞은 편에서 오는 차량을 인식하지 못해 순식간에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에 특히 치사율이 높다. 지난해 야간에 발생한 중앙선 침범사고 중 12%가 사망으로 이어졌다.

이달 1일부터 중앙선침범을 비롯해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 중대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해 적발시 자동차보험료를 10%씩 인상적용하고 있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법규를 위반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앙선 침범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도나 지방도에 중앙분리대 설치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교통개발연구원 설재훈(薛載勳)박사는 “도심과 지방도로에서의 불법 U턴과 중앙선 침범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중앙분리대를 확충하고 운전자들이 중앙선을 ‘생명선’으로 생각하는 의식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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