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윤배/수시합격생 별도교육 있어야

  • 입력 2004년 7월 26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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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배
대학 수시모집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획일적인 입시제도를 다양화해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대학은 재능 있는 학생들을 미리 선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부작용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수시모집 합격자들이 남은 고3 과정을 소홀히 하거나 일탈하는 문제들이 매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1학기 수시모집에 합격해 대학 등록을 마친 학생들은 교육 당국과 학교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채 ‘고교생도 아니고 대학생도 아닌’ 상태로 3학년이 끝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다른 수험생들로부터는 “합격생이 무슨 공부냐”며 ‘왕따’당하기도 하고 일부 학교에선 아예 결석을 눈감아 주기도 한다. 근본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고교 교육은 물론 대학 교육마저 황폐화돼 또 다른 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1학기 수시모집 제도를 폐지하고 예전처럼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시기가 크게 차이 나지 않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당장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1학기 수시모집 합격생들이 남은 고3 과정을 충분히 이수하면서도 예비 대학생으로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 교육청이나 일선 학교에서 수시모집 합격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형식적이어서 실효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일선 고교에서 별도의 반을 편성해 별도 교과과정을 운영하거나 합격한 대학에 ‘인턴 학생’으로 파견해 대학 생활을 미리 체험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대학들은 수시모집 합격생을 위해 ‘예비대학’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별로 연계해 공동으로 예비대학을 지정하고, 여기서 취득한 학점을 입학 후에 인정해 주면 예비대학 교육이 충실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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