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광기/‘폭음’ 권하는 대학

  • 입력 2004년 3월 16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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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제발 없기를 바랐는데, 대학 신입생이 환영회에서 술을 마시고 숨지는 비극이 또 일어났다. 대학 신입생의 음주 사망사고는 지난 몇 년간 반복돼 온 일이다.

같은 일이 계속된다면 개인의 실책이 아니라 시스템 상의 문제로 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게 옳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시각은 운명론적이다. 피해자의 무지와 부주의에 의해 생긴 ‘개인적인 사고’로 간주하고, 사회 시스템에서 원인을 찾고 대책을 세우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대학생 음주 사망사고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음주문화에 의해 빚어진 ‘예고된 인재(人災)’다. 음주 사망사고는 자신의 주량보다 많이 마시는 데서 비롯되며 이는 신입생 환영회와 같은 집단 회식 장소에서 강요에 의해 일어난다.

주량은 사람에 따라, 신체 조건에 따라, 또 마시는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다. 많이 마시는 사람의 기준에 따라 모두가 똑같이 마시도록 강요하는 사회적 압력에 저항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학 신입생들은 결국 ‘목숨을 바쳐서’ 술을 마시게 된다.

술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적 가치 중 하나인 정(情)을 상징하는 매개물이다. 술을 권하는 것은 정겨운 행동이며, 이는 음주의 ‘긍정적 측면’으로 과대 포장되고 있다. 반면 음주의 ‘부정적 측면’은 우연한 사고로 축소된다.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일을 정겨운 행동이라고 믿고 계속 마셔야 할 것인가.

특히 대학 신입생 음주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은 많이 마실수록 좋다고 호도하는 대학문화 때문이다. 또 신입생들이 공개적으로 술을 마셔본 경험이 없어 과음의 폐해를 잘 모르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주량의 개인차를 인정하고 과음을 피하는 음주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학 당국도 음주교육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광기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음주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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