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대황/출연硏의 돈벌이 스트레스

  • 입력 2004년 2월 10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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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출연연구소’라는 제도를 만들어 후진국 탈출을 이뤘고 이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동안 출연연구소들은 참으로 많은 일을 해냈다. 아무도 평가하지 않던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통신기술을 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들이 알아보고 채택·발전시켜 우리나라의 핵심산업으로 만들었고, 원자력연구소 연구원들은 원자력 발전기술의 자립을 이뤄 우리 전력의 50%를 공급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지금 출연연구소의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원들의 인건비는 총 인건비의 35%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출연연들이 각자 연구과제를 수주해 해결하라는 식이다. 각 출연연은 이를 연구원들의 책임으로 넘긴다. 심지어 일부 출연연은 연구원에게 기관 운영비까지 벌어들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연구 책임자가 팀원들에게 할당된 인건비와 기관 운영비를 벌어들이지 못하면 이전의 연구 업적이 아무리 우수해도, 또 현재의 연구가 아무리 중요해도 급여삭감, 연구인원 감축, 기자재 구입 금지, 직위해제 등의 조치를 당하고 결국 퇴출된다.

이처럼 연구 이외의 일에 시달리니, 연구원들은 기회만 되면 필사적으로 연구소를 떠나려 한다.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은 퇴출 위험이 더욱 크다.

연구원들이 세계 최고 기술을 개발하기를 기대한다면 연구 환경부터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연구원들이 인건비와 기관 운영비를 벌어들여야 하는, 앵벌이와 다를 바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유능한 인재들을 모으며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내겠는가.

연구원들의 ‘인건비 제도’ 개선 없이는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의 기술개발도 이공계 육성도 불가능하다. 출연연의 활기를 다시 한번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도 조속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김대황 한국화학연구원 연구발전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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