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도쿄]빠찡꼬왕국 일본 “주택가 도박장은 안돼”

  • 입력 2006년 8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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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 있는 한 빠찡꼬점 내부 모습.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일본 도쿄에 있는 한 빠찡꼬점 내부 모습.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일본에는 전국적으로 1만5000곳이 넘는 빠찡꼬점이 있다. 연간 1740만 명이 평균 11만2800엔씩을 갖다 바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빠찡꼬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도 빠찡꼬점이 당국의 방치 아래 주택가까지 파고들어 불법을 자행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빠찡꼬 문제에 정통한 일본 저널리스트 미조구치 아쓰시(溝口敦) 씨는 부산을 둘러본 뒤 6월 한 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게임센터 간판을 단 빠찡꼬점이 3채씩 줄지어 늘어선 모습은 일본에도 드물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무허가를 포함하면 빠찡꼬점이 2만 곳이 넘는다는 주장에 납득이 간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풍속영업 등의 규제 및 업무의 적정화 등에 관한 법’을 통해 빠찡꼬를 성(性) 관련 유흥업소와 한묶음으로 규제하고 있다.

영업 시간은 밤 12시까지로 엄격하게 제한돼 있으며 주택밀집지역이나 교육 관련 시설 근처에는 아예 빠찡꼬점을 열 수 없게 돼 있다.

또 빠찡꼬점을 열기 위해서는 경찰의 상위조직인 공안위원회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며 빠찡꼬 기계는 경찰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보안전자통신기술협회의 검정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빠찡꼬 업계가 경찰의 철저한 감시와 관리 아래 있기 때문에 한편으론 ‘검은 유착관계’가 생겨난다는 비판도 많지만 한국처럼 공공연하게 불법이 횡행하지는 않는다. 야쿠자도 빠찡꼬업에는 거의 손을 뻗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빠찡꼬는 사람이 손잡이를 조절해 구슬을 넣는 방식이어서 한국의 ‘바다이야기’와 같이 버튼 위에 라이터만 올려놓아도 기계가 계속 돌아가는 일은 없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사행성이 약하다. 그런데도 빠찡꼬는 일본에서 끊임없이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5월 나가노(長野) 현 사쿠(佐久) 시에서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부부가 생후 9개월 된 젖먹이 아들을 승용차 안에 방치해 둔 채 2시간 반 동안 빠찡꼬에 빠져드는 바람에 아이가 체온 상승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7월에는 오사카(大阪)의 명문대 4학년 학생이 모친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수사 결과 이 학생은 1학년 때부터 빠찡꼬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했으며, 모친이 이를 나무라는 데 앙심을 품고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빠찡꼬 사업자 단체의 한 조사에서는 빠찡꼬 이용자의 30%가 자신이 빠찡꼬에 중독됐다고 응답했다.

빠찡꼬업계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면서 생긴 위화감도 뿌리 깊다. 일본의 빠찡꼬 기계 오우미모노가타리(大海物語) 제조·판매업체인 산요그룹은 직원이 500명 미만인데도 오너일가를 포함한 임원 6명이 2003년 일본 고액납세자 100위 안에 포함될 정도였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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