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미래로 미래로]<14>중국 칭다오

  • 입력 2006년 3월 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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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의 매력은 19세기와 21세기가 도시 안에 동시에 펼쳐진다는 데 있다. 빨간 지붕의 예쁜 벽돌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고색창연한 시의 서쪽과 고층빌딩들이 들어선 동쪽 신시가지가 서로 조화를 이룬다. 사진 제공 베이징올림픽 요트경기조직위
칭다오의 매력은 19세기와 21세기가 도시 안에 동시에 펼쳐진다는 데 있다. 빨간 지붕의 예쁜 벽돌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고색창연한 시의 서쪽과 고층빌딩들이 들어선 동쪽 신시가지가 서로 조화를 이룬다. 사진 제공 베이징올림픽 요트경기조직위
《식민 지배의 역사는

분명 치욕의 기억이다.

하지만 중국 산둥(山東) 성의

항구도시 칭다오(靑島)는

그 아픈 과거조차

자원으로 삼아

도시의 내일을 일구어 나간다.

칭다오가 독일의 조차지(租借地)였던 시절 지어진 유럽식 건물들은 해변을 따라 고색창연한 이국풍의 경관을 만들어 내면서 이 도시의 가장 경쟁력 있는 자원이 되고 있다.

과거를 간직한 건물들은 칭다오를 단순히 승승장구하는 경제 도시로서만이 아니라 유구한 역사를 가진 아름다운 청정 도시로 자리 매김하게 한다.》

해안선을 따라 길게 형성된 칭다오 시는 도심을 동서로 나누는 타이핑(太平) 산을 기준으로 서쪽은 오래된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역사 지역이, 동쪽으로는 새로 개발된 현대적 시가지가 들어서 있다. 도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옛 도심을 허물고 그 위에 신시가지를 건설하지 않고, 도시를 동쪽으로 확장한 것은 칭다오 시의 현명한 판단이었다.

칭다오의 매력은 서로 다른 시간대의 공존이다. 해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걷거나 도시 전체의 조망이 가능한 신하오(信號) 산에 올라가 시가지를 굽어보면 이 도시의 과거와 현재가 한눈에 들어온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칭다오는 1897년부터 20년 동안 독일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그 기간에 근대 도시로 발전했다. 서쪽 해안지구에 남아 있는 많은 유럽풍의 건물들과 거리는 그 시절 개발됐다.

빨간 박공지붕을 인 누런색 벽돌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서쪽 해안은 숲과 잔디에 둘러싸인 완만한 언덕배기다. 독일 건축가들이 개발한 이 지역은 독일 양식의 건축물 외에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러시아, 영국, 프랑스, 덴마크, 스위스, 일본 등에서 유행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남아 있어 ‘건축 박물관’이란 별명으로 불릴 정도다.

장강중 거리에서 만난 린훙(林宏) 씨는 “칭다오가 중국의 여느 도시와 다른 점은 ‘중국 안의 유럽’을 느낄 수 있다는 독특한 개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식민시대 건축물들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된 데는 ‘건축보존협회’의 역할이 컸다. 1982년 칭다오 시 문화재관리국에 흡수된 이 협회는 첫 사업으로 시내의 많은 역사적 건물들의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독일 정부가 주둔했던 총독부나 영빈관 같은 중요 공공건물들만이 포함됐지만 점차 그 대상을 민간 소유의 주택이나 상업건물에까지 확대했다. 이 작업은 2005년까지 일곱 차례 계속돼, 이제 리스트에 기록된 건물은 모두 220개에 이른다. 보호 대상은 단일 건축물만이 아니다. 역사적인 건물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있는 지역이나 돌로 포장된 가로(街路)까지 포함된다.

건물이 공식적으로 등록되면 정부의 보호와 관리를 받게 된다. 지정된 건물의 외부는 개조할 수 없고, 내부는 문화재관리국의 허가를 받아야 변경할 수 있다. 등록된 역사적 건물로부터 50m 떨어진 곳까지는 보호구역을 설정해 건물을 함부로 짓지 못하게 한다. 또 200m 내에 신축되는 모든 건물은 시 당국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문화재관리국의 류훙옌(劉紅燕) 씨는 “이런 건물들의 보존은 단지 역사적 가치로서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변 항구도시와 차별화의 길

중국의 도시들은 대개 매년 7% 이상의 성장 목표를 내세우는 야심 찬 개발계획을 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도시개발에 관해서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이 해야 할 몫을 대부분 대형 건설사 등 ‘시장’이 맡아 하고 있다. 상하이(上海), 톈진(天津), 광저우(廣州), 다롄(大連)이 내세우는 도시개발 전략도 한결같이 ‘세계 제일의 항만 건설’ ‘세계 최고의 조선소’ 등 성장 정책 일변도다.

도시들은 경쟁 관계다. 특히 항구도시의 경우 인접한 두 도시가 동시에 성장하기는 힘들다. 비슷한 전략을 취하는 항구도시들 사이에서 칭다오는 개성 있는 도시 환경과 역사유적으로 차별화의 길을 찾았다.

칭다오 시청 건설국의 판난 씨는 “칭다오 시의 강점은 도시가 구역별로 성격이 분명하면서도 다른 구역으로의 이동이 쉽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옛것을 허물고 손쉽게 새것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옛것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새것과 나란히 둘 때, 그 가치는 대조를 통해 배가된다. 칭다오는 지금까지 ‘환경보호 모범상’, ‘도시 녹화상’, ‘거주 환경상’ 등을 수상했다.

칭다오=정현아 DIA건축연구소 대표

●美港 내세워 베이징올림픽 요트경기 유치

칭다오 시는 강력한 경쟁도시들을 제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요트경기를 치르는 협력도시로 선정됐다. 칭다오 시의 푸산 만을 유유히 항해하는 요트. 사진 제공 베이징올림픽 요트경기 조직위

2008년 올림픽 개최지인 베이징 못지않게 올림픽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 도시가 바로 칭다오다. 베이징은 내륙에 있기 때문에 마땅히 배를 띄울 곳이 없어 요트 경기를 위해 항구도시의 협력이 필요했다. 그 결과 협력도시로 선정된 것이 칭다오.

원래는 베이징에서 훨씬 가까운 허베이(河北) 성의 친황다오(秦皇島)가 협력도시로 내정되어 있었다. 친황다오에서는 이미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 때 요트경기가 열린 적이 있고 무엇보다 베이징에서 차로 3시간 거리에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샤겅(夏耕) 현 칭다오 시장과 두스청(杜世成) 시 위원회 서기는 백방으로 노력해 2001년 국제요트협회(ISAF) 전 회장인 폴 헨더슨의 방문을 이끌어 냈다. 그는 곧바로 칭다오의 아름다운 환경에 매료됐고 결국 칭다오를 베이징의 파트너 도시로 지정하는 데 적극 나섰다.

칭다오는 도시의 동과 서를 연결하는 고속화 도로를 해변이 아닌 내륙에 건설해, 도시 안의 어떤 거리에서든 해안까지 걸어서 접근하는 데 보행자가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또 수려한 해안을 낀 장점을 살리기 위해 총 40km에 이르는 해변 산책로를 조성했고, 그중 9.5km를 나무 데크로 새롭게 포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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