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위대 50년]<4>"북태평양은 좁다" 끝없는 원정

  • 입력 2004년 2월 5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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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는 걸프전 직후인 1991년 4월 페르시아만에 소해정(掃海艇)을 보내 기뢰 제거 활동을 벌였다. 전 세계가 걸프전에 주목하고 있는 사이 슬그머니 이뤄진, 제2차 세계대전 후 자위대의 첫 ‘해외 원정’이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1년 일장기를 꽂은 해상자위대 최신예 이지스함은 인도양으로 진출했고 다음해에는 아라비아해로 작전 무대를 넓혔다. 최근에야 알려진 사실이지만 50여년 전 6·25전쟁 때 해상자위대의 전신인 해상보안청 소속 소해정은 미군 지휘 아래 원산 앞바다에서 기뢰제거 작전을 벌이다 폭침해 1명이 전사한 적이 있다.

이처럼 해상자위대는 늘 해외 진출의 ‘첨병’ 역할을 해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소해부대=해상자위대의 기뢰제거부대, 이른바 소해부대는 영국 독일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2차 대전 당시 일본 해안에 1만발 이상의 기뢰를 투하했던 미국은 전후 일본이 동맹국에 편입되자 기뢰 제거를 돕기 위해 고도의 능력을 갖춘 소해부대를 키웠다.

해상자위대가 심해활동이 가능한 1250t급 대형 소해함정 3척을 보유한 것은 미국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냉전시대 미국은 소련과의 전쟁이 터지면 전략미사일을 탑재한 소련 극동기지 핵잠수함을 즉시 무력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소련이 홋카이도와 사할린 사이 해역에 설치한 기뢰를 제거할 심해활동용 소해함정이 필요했다. 소련이 붕괴한 뒤 이런 역할이 없어진 일본의 소해부대는 이제 미군의 작전에 맞춰 세계를 누비게 됐다.

▽이지스함 진출=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이 인도양과 아라비아해에 출동한 명분은 ‘대테러전쟁’을 수행하는 미군과 영국군 비행기에 유류를 공급하는 수송선 호위였다.

하지만 다른 군함이 있는데도 굳이 최첨단 이지스함을 파견한 데는 속셈이 있었다. 이지스함은 전후좌우에 고성능 첩보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다. 이동작전을 통해 인도양과 아라비아해까지 작전반경을 넓히는 실전 능력을 키운 것이다.

해상자위대는 1990년대에 척당 1조2000억원이나 하는 최신예 이지스함 4척을 건조했다. 미국의 극동방위전략 수정에 따른 것이었다. 이지스함은 탄도미사일을 공중 요격할 수 있는 사거리 74km의 SM-2 대공미사일을 갖추고 있다. 최대 200개의 표적을 동시 추적해 10개 이상의 표적을 한꺼번에 명중시킬 수 있는 미사일유도시스템을 갖춘 가공할 병기다.

미사일방어(MD)체제 도입을 결정한 일본은 탄도미사일 방어용의 대형 SM-3 미사일도 장착할 수 있는 이지스함을 4척 더 보유하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이에 필요한 비용만도 함정 구입비(4조8000억원)에 운용비용을 포함하면 23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육해공 자위대의 연간 장비비 약 9조원의 두 배를 넘어선다.

▽세계 2위 해군=해상자위대가 보유한 해상 전함부대와 해상 초계(哨戒) 항공부대는 미 해군에 이어 세계 2위의 강력한 전력이다.

해상자위대는 이지스함 4척을 포함해 첨단 구축함과 순양함 등 함정 54척과 잠수함 16척을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사용연한을 함정 24년, 잠수함은 16년으로 다른 나라보다 훨씬 짧게 정해 놓았다. 보유 수는 많지 않지만 고도의 실전능력을 갖춘 명실상부한 전력이다.

해상자위대는 또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공격형 대잠수함 초계기인 P-3C를 99대 갖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전체의 대잠초계기 80대보다 많다. 일본은 이 초계기 제작기술을 미 록히드사로부터 이전받아 자체 생산한다. 록히드사가 해외에서 생산한 200여대 가운데 절반가량이 일본에 있다.

지금은 P-3C기의 후속기종인 PXL기를 개발하고 있다. 신형 초계기의 활동권역은 오키나와, 싱가포르를 지나 멀리 뉴기니 근해까지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막강 전력의 해상자위대에 북태평양은 이미 좁아 보인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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