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위대 50년]<1>중무장한 첨단 强軍 “이제 實戰이다”

  • 입력 2004년 2월 2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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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위대(自衛隊)가 출범한 지 올해로 50주년. 6·25전쟁 종료 직후 ‘스스로를 지키는 군대’로 출발한 자위대는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반세기 만에 ‘세계 5대 강군’의 대열에 올랐다. 한반도 정찰위성, 최신예 이지스함,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자위대의 군비확장엔 거침이 없다. 잇따른 해외 파병은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잠재적 불안요인이기도 하다. 3일 육상자위대 본대 1진 80여명이 이라크로 떠난다. 일본 정부가 유엔 결의 없이 지상군 본대를 해외에 파병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처음이다. 자위대의 전력은 어느 정도이며 일본 집권층이 해외 파병에서 노리는 속내는 무엇인가. 자위대의 진로를 시리즈로 조명한다.》

소총(1992년 캄보디아)→기관총(94년 르완다)→대전차포, 무반동포(2004년 이라크).

자위대가 92년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해외 파병의 길에 들어선 지 10여년. 그동안 해외 파병 자위대원들이 소지하는 무기는 호신용에서 전투용, 공격용으로 바뀌어 왔다.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의 일환으로 캄보디아에 소총을 들고 간 자위대는 94년 르완다 파견 때는 기관총으로 격을 높였다. 이라크에 파병되는 육상자위대는 장갑차, 110mm 개인 휴대 대전차포, 84mm 무반동포 등으로 중무장한다.

‘해외로 가는 자위대’의 위세는 양적으로도 두드러진다. 이라크 파병 규모는 육해공에 걸쳐 1000명이 넘는다. 자위대 해외 파병 사상 최대 규모.

자위대의 잇단 해외 파병을 보는 한국, 중국, 동남아 각국은 군국주의 부활의 악몽을 떠올리지만 일본 정부는 애써 외면한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에 걸맞게 국제평화에 공헌하려는 것인데 왜 인접국이 문제 삼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굴신의 50년…‘군대’로 거듭난 자위대=자위대 병력은 육상자위대 15만명 등 총 24만명. 숫자상으로만 보면 한국군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중국(160만명) 북한(110만명)보다 훨씬 적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자위대를 세계 5대 강군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매년 미국 다음으로 많은 5조엔(약 50조원) 이상을 군비 확충에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무기 개발능력은 러시아에 떨어질지 모르지만 보유 장비의 성능만 따지면 미국 다음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상자위대는 잠수함 16척과 고성능 함정 140척, 최신예 이지스함 4척을 갖고 있다. 항공자위대는 F-15 전투기를 203대 보유하고 있다. 미국 다음으로 많다. 또 F-2 전투기를 미국과 공동 개발해 2000년부터 실전 배치하고 있다.

자위대의 성격을 둘러싼 논쟁은 출범 이래 50년간 끊이지 않았다.

진보세력은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에 근거가 없는 불법조직이라며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반면 우파 정치인들은 사실상 군대라고 주장해 왔다.

이 과정에서 자위대 수뇌부는 철저하게 몸을 낮추는 자세로 일관했다. ‘굴신(屈身)’의 처세로 조직의 존속을 도모하면서 명실상부한 군대로 거듭날 명분과 시기를 탐색했던 것.

우경화 흐름 속에서 자위대는 당당히 군대의 지위를 획득했다. 이제 논쟁의 초점은 ‘군대냐, 아니냐’에서 ‘사실상의 군대인 자위대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로 옮겨졌다.

▽확산되는 자위대 대망론(待望論)=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지난해 5월 “자위대는 실질적으로 군대”라며 “자위대가 나라의 평화와 독립을 지키는 군대라고 정정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목표는 ‘자위대의 군대화’와 헌법 수정임을 드러낸 것.

일본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자위대의 활동 영역을 넓혀주려 애쓴다.

지난해 이란에 큰 지진이 발생하자 고이즈미 총리는 “재해복구 경험이 풍부한 자위대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방위청 장관은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이 성공하면 해외활동이 주임무로 격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해외 파병을 전담할 별도의 군사조직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집권 자민당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 금지’라는 족쇄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 선제공격론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일본 방위정책의 골간인 전수(專守·수비에 전념하는 개념)방위 원칙도 흔들릴 수 있다.

▽이라크 파병은 전력증강의 호기=일본 헌법은 ‘육해공군과 그 밖의 전력(戰力)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대국과 전투를 치르는 행위, 즉 교전권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라크에서 자위대는 전투행위에 휘말릴 소지가 크다. 이는 고이즈미 정권에 타격이 되겠지만 거꾸로 자위대원의 응사와 교전을 정당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일선 지휘관의 야전경험 부족을 아쉬워해 온 자위대 수뇌부의 입장에서 볼 때 자위대의 직접 전투행위는 전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일본 매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첨단장비에 야전능력까지 갖춘 군대.’ 일본 집권층이 바라는 자위대의 미래상이다.

그리고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사이에 그 실현 시기는 성큼 다가왔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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