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교가]'숨은 외교관' 한국인 직원 실태

  • 입력 2001년 3월 29일 18시 31분


주한 외교사절들에게 한국의 실정을 알려주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의 외교활동을 돕는 한국인 직원들의 보람은 무엇이며 어떤 처우를 받고 있을까.

주한 미국대사관의 한국 직원은 2월말 현재 317명으로 전직원 550명 중 절반이 훨씬 넘는다.

이들은 정치 경제 상무 공보과 및 대사실과 부대사실 등 곳곳에서 업무를 수행한다. 한 관계자는 “미국의 외교관들이 한국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보람도 느끼지만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도 있다”고 토로했다.

급여수준은 연간 평균 3100만원으로 대기업과 비슷하거나 조금 나은 수준. 중간 사무직은 근무연수에 따라 2500만∼4800만원이며 전문위원(specialist)은 4000만∼7500만원을 받는다. 연간 10일의 정기휴가가 보장되며 3년차부터는 매년 하루씩 늘어 12년을 근무하면 연간 20일인 셈.

공휴일은 연간 20일을 초과할 수 없다는 내부규정 때문에 식목일 석가탄신일 등 일부 한국 공휴일에는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주한 캐나다대사관에 근무하는 한국 직원은 70명선으로 미국대사관 다음으로 많다. 최근 이민 지원자들이 몰려 업무가 폭증한 이민과에만 20여명이 일한다.

신문에 공고를 내는 공개 채용으로 바뀌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공보관 1명을 뽑는 데 400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캐나다대사관 관계자는 “‘관(officer)’급 고위직은 경력을, ‘보조(assistant)’급은 인터뷰에 비중을 둬 뽑는다”고 귀띔한다. 한국 직원의 급료는 대기업 직원들과 비슷한 수준.

주한 프랑스대사관의 한국 직원은 50여명으로 이중 관리직은 25명 내외. 주로 문화협력과와 상무과에 각각 10여명, 영사과에 4명이 근무한다. 직원 모집은 공석이 생기면 신문이나 인터넷에 공고를 낸다.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실업난 때문인지 석사 박사급의 고학력자들의 지원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말했다. 연봉은 대졸 초임을 기준으로 할 때 일반 대기업에 조금 못미치지만 주 5일 근무에 연 20일의 휴가가 주어진다.

주한 독일대사관의 한국 직원은 모두 24명. 한국과 독일간의 교역량이 급증하고 있어 경제분야의 직원수가 늘었다. 직원은 독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사람을 대학의 소개로 결원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채용하며 봉급은 대기업 수준.

그러나 관련분야 경력자나 7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이사급 대우를 한다. 근무는 주 5일(평일 오후 4시반, 금요일 2시까지 근무)로 연간 한달 정도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독일직원들과의 관계가 원만한 편이지만 문화적 차이로 가끔 갈등을 빚기도 한다”고 전했다.

주한 이스라엘대사관은 한국 직원이 13명. 다른 대사관처럼 비서 공보과 문화과 관광과 등에 1∼3명의 한국 직원들이 배치돼 있다. 한 관계자는 “문화 차이 때문에 서로 이해를 못해 더러 속상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백경학·정미경·신치영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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