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띄우는 편지]『일본인친구 사귀어 보세요』

  • 입력 1997년 1월 31일 20시 09분


서울이거나 東京이거나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삿짐센터 차가 옆집에 서 있거나 낯선사람과 같은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리게 될 때 새삼 이웃에 관심을 갖는다. 일본에 살면서 친구가 바로 옆에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할 때가 많다. 옆집 신세를 지지 않고도 살 수 있지만 서로 도우며 살 수 있다면 갑자기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서로 큰 힘이 될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사이에는 비록 현해탄이 있기는 하지만 분명 이웃임에 틀림없다. 세계사에 나타난 큰 전쟁이나 지금도 세계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을 보면 그 원인이 인접국간의 갈등과 불화인 경우가 많다. 한국과 일본 역시 사이좋은 이웃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사이가 나빴다고 해서 지금까지도 모두 나쁘게 지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서유럽이 그렇다. 언제 그렇게 철천지 원수같이 싸웠나 싶게 지금은 경제뿐 아니라 군사 정치적으로도 하나의 틀을 갖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나름대로 민족적 감정의 응어리가 있겠지만 보다 큰 이익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것이리라. 친구가 모여 살 수 없게 됐다고해서 그저 안타까워만 한다면 안된다. 오히려 이웃을 친구로 만들면 어떨까. 이번 정초에 동네에 불이 났다. 집이 다섯채나 탔다. 물론 불은 한 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웃이란 이처럼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동운명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월드컵축구 한일공동개최야말로 서로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실제로 한일 두 나라가 공동으로 큰 일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월드컵 공동개최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가질 수도 있지만 일을 하기에 따라서는 뜻밖에 큰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기독교 계통의 어느 일본인 선교사가 월드컵 한일공동개최 결정소식을 듣고는 두 나라 관계를 항상 안타깝게 여겨 하나님이 정말 두 나라가 친해지게 하기 위해 월드컵 사상전례가 없는 공동개최라는 프로그램을 직접 짰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월드컵을 계기로 한일간에 타협과 양보, 협의와 협력, 공동인식과 이해, 상호신뢰구축이 이뤄지길 바란다. 뿐만 아니라 이 기회에 개인적으로도 이웃 일본에 친구 만들기를 제안해 본다. 취미가 같은, 직업이 같은, 나이가 비슷한, 신념이나 이상이 같은, 아니면 사는 환경이 비슷하거나 유사한 문제를 가진 일본인 친구를 찾아보면 어떨까. 우리 속담에도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웃이 친구이면 더 좋지 않은가. 임 광 진<재일 한국YMCA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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