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지혜]비방지목… 감간지고… 쓴소리 청한 聖君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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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언론이 살아 있어야 한다. 예로부터 언론은 위대한 국가 지도자들이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었다. 아무리 혹독한 비판이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국정에 반영한 지도자는 성군이 됐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탄압하거나 입을 막는 지도자는 어김없이 몰락의 길을 걸었다.

고대 성군이었던 순(舜) 임금은 비방지목(誹謗之木)이라는 나무를 궁궐 앞에 세우고 누구든지 정치에 불만이 있다면 그 기둥에 비방하는 글을 새기도록 했다. 그는 비방지목에 적힌 의견을 반영하는 방법으로 국정운영의 균형을 잡아 나갔다. 요(堯) 임금도 ‘누구든 감(敢)히 간(諫)하여 말할 수 있는 북’이란 뜻의 감간지고(敢諫之鼓)를 매달아 놓고 백성들의 불만을 경청했다. 감간지고는 조선시대 신문고와 같은 역할을 했다.

명심보감에는 ‘나의 장점만 말하는 사람은 나를 해치는 사람이고, 나의 단점을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나의 스승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을 칭찬하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데, 사실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은 이런 달콤한 말이 아니라 단점과 문제점을 냉혹하게 지적하는 언사다.

맹자는 신하를 고를 때 자신에게 과감하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신하인 불소지신(不召之臣)을 한두 명 정도는 둬야 한다고 했다. 불소지신은 ‘함부로 오라 가라 부를(召) 수 없는 신하(臣)’라는 뜻으로 이들의 역할은 소수의견을 내놓는 것이었다.

국가와 조직이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어떤 사안이든 과감하게 비방할 수 있는 비방지목을 세우고 어떤 문제도 과감하게 간언할 수 있는 감간지고를 매달아야 한다. 리더가 함부로 다룰 수 없는 불소지신도 키워야 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제기된 의견들은 국가와 조직이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마다 균형을 잡아나갈 수 있도록 하고 발전과 번영의 초석이 될 것이다. 쓴소리가 귀에는 거슬려도 국가 미래를 위한 정론이라면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위정자들의 바른 자세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taoy2k@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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