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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손톱밑 가시’를 뽑자]月 100만원 버는 목욕탕, 세무사 찾아다니는 사연은…

입력 2013-01-15 03:00업데이트 2013-01-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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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복식부기 감당 못해… 비용부담에 “차라리 가산세”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동네 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 씨가 11일 도시가스 수도 전기요금 등 세무서에 제출할 영수증들을 살펴보고 있다. 그는 2년 전 복식부기 의무대상자가 돼 1년에 약 80만 원의 세무사 비용을 추가로 쓰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서울 관악구 봉천동 W대중목욕탕은 골목길을 한참 헤맨 뒤에야 찾을 수 있었다. 주인 이모 씨(51)는 11일 건물 2층 복도 자투리 공간을 개조해 만든 간이 사무실에서 기자를 맞았다. 3.3m²가 채 안돼 보였다.

손님들이 들어왔다. 대부분 슬리퍼 차림의 자영업자, 샴푸와 타월을 넣은 바구니를 든 동네 아줌마들이었다. 이 사장은 손님 수만큼 낡은 노트에 ‘바를 정(正)’자로 적었다. 아르바이트생을 둘 형편이 안돼 혼자 산더미처럼 쌓인 주황색 수건을 틈틈이 갰다. 목욕료 5000원, 일회용 샴푸를 300원에 파는 462m² 규모의 전형적인 동네 목욕탕이다.

15년 동안 목욕탕을 운영해 온 그에게 약 2년 전 고민이 생겼다. 오른 수도료, 전기료를 보전하려고 입장료를 1000원 올렸더니 연간 매출이 7500만 원을 넘어 복식부기 의무 대상자가 된 것이다. 소득세법 및 시행령은 직전 연도 매출이 7500만 원 이상인 목욕업소를 복식부기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그 미만이면 금전출납부처럼 거래일과 거래처, 수입, 지출 등만 적는 간편장부를 써도 된다.

잠시 복식부기에 도전해볼까 마음먹었지만 이내 포기했다. 금전출납부, 매입원장, 매출원장, 자산·부채원장, 판매·일반관리원장, 총계정원장…. 결국 두 손 들고 세무사를 찾아야 했다.

“오전 3시부터 오후 7시까지 혼자 일해 한 달에 쥐는 돈이 100만 원입니다. 그런데 매달 세무사에게 7만 원, 1년에 80만 원을 냅니다. 우리 같은 영세업자가 뭘 알고 탈세한다고….”

▼ “가스, 정부-민간서 이중 점검… 비용-영업방해 부담” ▼

이렇다 보니 일부 업소는 복식부기를 하느니 벌금 성격인 가산세(산출 세액의 20%)를 문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13년째 목욕탕을 운영하는 윤모 씨(57)는 “세무사에게 복식부기를 맡기는 돈이 월 10만 원이 넘어 차라리 가산세를 내는 게 싸다”라고 말했다.

목욕업계는 복식부기 의무 대상 기준을 높이는 게 숙원 사업이다. 김수철 한국목욕업중앙회 사무총장은 “음식업과 숙박업 복식부기 기준은 우리보다 두 배나 높은 연매출 1억5000만 원”이라며 “기업형 찜질방엔 별것 아닐지 모르지만 동네 목욕탕은 복식부기가 그야말로 손톱 밑 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실에 따르면 목욕업소의 연평균 이익은 약 2900만 원으로 음식점업(약 2300만 원)과 숙박업(약 3100만 원)의 중간 정도다. 2001년 전국 9700여 개였던 목욕업소는 목욕 문화의 변화, 대형 찜질방과의 경쟁, 유가 상승 등으로 25.8%가 폐업하고 현재 7200여 곳만 남았다. 이 중 85%는 하루 손님이 50명 남짓한 영세업소다.

정부와 민간으로부터 이중으로 가스 점검을 받아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한 달에 2000m³ 이상 가스를 쓰는 ‘특정 가스 사용시설’은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1년에 한 번 국가공인 검사대행기관의 유료 검사를 받고, 지식경제부가 권고한 안전관리 규정에 따라 두 번 가스공급회사의 무료 안전점검을 받는다.

울산 울주군에서 혼자 목욕탕을 운영하는 곽모 씨(58)는 “안전점검을 하면 다른 일은 할 수가 없다. 일부 항목 점검 때는 보일러를 꺼야 해 영업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사업자인 경동도시가스가 무료 안전점검을 하는데도 4만 원 이상을 들여 5시간이나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만약 사고가 나면 가스공급회사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안전점검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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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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