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석동빈 기자의 DRIVEN]아우디 ‘뉴 A8 4.2’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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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중하다··· 강력하지만 품격있는 A8이 뜨겁게 다가온다”


눈을 감고 상상을 해보라. 당신은 40대 후반 혹은 50대 초반의 성공한 비즈니스맨이다.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너무 권위 있어 보이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젊음과 세련된 도시의 이미지를 추구한다. 평소엔 피팅이 잘 된 양복을 입지만 때로는 원색의 아웃도어 옷도 입는다. 튀기는 싫지만 마음 한쪽 구석엔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은 욕망도 있다. 주말 새벽에 골프를 치러갈 땐 시원하게 고속주행 운전을 즐기지만 항상 안정성을 우선시한다. 스스로가 소중하니까. 그런 당신에게 어울리는 차를 고른다면….

아우디 ‘뉴 A8 4.2’를 며칠간 타면서 느낀 생각이다. 왜 그런지 A8을 뜨겁게 느껴봤다.

○세련되지만 적응은 필요한 디자인

아우디의 디자인은 간결함이 장점이다. 특히 A8은 힘있는 직선을 많이 사용하며 너무 많은 기교를 부리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때로는 차갑게 보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게 매력이기도 하다.

신형 A8도 그런 디자인 전통을 잇고 있다. 너무 급격한 변화를 주지 않고 구형의 이미지를 계승한 점이 최근 경쟁 브랜드와 다른 점이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덜 신선해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손댈 곳이 없을 정도로 자동차의 황금비율을 실현하고 있다고 봐도 된다. 신형에서 주로 변한 부분은 헤드램프와 리어 컴비네이션 디자인이다. 독특한 형식의 아이라인은 인상적이기는 한데 처음 볼 땐 아름답다는 느낌보다는 약간 괴이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적응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발광다이오드(LED) 전조등은 하이테크 분위기를 풍긴다. 어차피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이라 좋고 나쁨으로 쉽게 판단하기는 힘들다.

실내 디자인은 경쟁 모델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우선 실내등이 튜브타입 백색 LED로 구성돼 있다. 천장 좌우 측면에 배치돼서 은은하면서도 밝은 빛을 내는 것이 이채롭다. 8인치 대시보드 모니터는 전동식으로 수납이 되는데, 접었다 폈다 할 때 모터 작동음이 들리지 않는 게 신기했다. 그만큼 ‘럭셔리’와 ‘차별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이야기다. 전반적으로 실내의 치밀한 디테일이 좋아졌다.

다기능 스위치가 통합된 ‘MMI’는 위치와 디자인이 약간 변경됐는데 더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손을 움직여야 하는 범위가 커졌다. 뒷좌석 10.2인치 모니터는 벽걸이 TV같은 느낌을 주도록 돌출시켜 명품 이미지를 주지만 안전상 문제가 우려되기는 한다.

○배기량 늘리지 않고 더욱 강력해진 동력성능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S500’의 배기량은 5.5L, BMW의 ‘750Li’는 4.4L에 터보차저까지 들어가 있다. 이에 비해 A8의 배기량은 4.2L로 초라해 보이지만 출력은 371마력으로 약간 뒤지는 수준이다. 하지만 가속성능은 비슷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직접 정밀장비로 측정한 결과 5.7초가 나왔다. 제원과 정확히 일치했다. 시속 200km까지는 20초가 걸렸다.

가속력 테스트를 6차례 연이어 했지만 계속 같은 수치가 나와서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스테미너가 좋음을 입증했다. 아우디에서 처음 적용한 8단 변속기의 반응도 신속하고 동력전달감도 좋아서 4.2L 엔진의 능력을 아낌없이 사용하는 모습이다. 속도는 시속 210km까지 막힘없이 상승한 뒤 제한장치가 작동해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이전 모델에 비해 출력은 21마력, 토크는 0.5kg·m, 연료소비효율은 L당 0.8km가 각각 향상됐다. 경쟁 모델처럼 넉넉한 배기량이나 터보차저 같은 장치를 달지 않고도 밀리지 않는 동력성능을 보인 아우디에게 박수를 보낸다.

연비는 시속 80km 정속주행 때 L당 14km정도, 시속 100km는 13km. 시내주행은 6km 안팎으로 나왔다.

○안정감의 ‘달인’

핸들링은 콰트로 4륜 구동의 특성 때문에 민첩하다거나 차의 앞머리가 운전자의 의도대로 획획 돌아주는 능력은 후륜구동에 비해 약간 부족하다. 하지만 콰트로의 진가는 고속주행 중에 나타난다. 높은 속도에서 차선을 변경하거나 커브길을 돌아나갈 때의 느낌은 확실히 후륜구동차와는 다르다. 스케이트 날이 아스팔트를 파고들어서 견고한 라인을 잡고 돌아나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KTX가 레일을 타고 시속 300km로 질주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전륜이 앞에서 끌어주고 후륜은 뒤에서 밀어주는 장점에다 엔진의 동력이 4바퀴에 골고루 배분돼서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A8에 적용된 콰트로 시스템은 평소 주행시 후륜에 60%, 전륜에 40%의 동력을 배분해 더욱 안정적이고 다이내믹한 주행을 가능하게 하며, 주행 상황에 따라 필요할 경우 즉각적으로 동력을 견인력이 더 좋은 쪽으로 보내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게다가 차체의 강성도 이런 주행성능에 한몫을 한다. 아우디에 따르면 A8의 알루미늄으로 이뤄진 ASF 보디는 정적 비틀림 강성이 이전 모델보다 25% 향상돼 동급 최고이다. 무게, 비틀림 강성, 크기의 상관관계인 경량 품질(lightweight quality)은 20%가 향상됐다. 이는 정밀하고 다이내믹한 핸들링의 근간이 된다.

시승한 모델은 차체가 긴 롱휠베이스 모델보다 15cm정도가 짧은 노말 휠베이스 모델이어서 전륜과 후륜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적다. 뒷좌석 공간은 손해를 보지만 운전의 즐거움 측면이나 주차를 할 때는 훨씬 편하다. 브레이크 성능도 출중하다. 부드럽게 차를 정지시키는 능력과 강력한 브레이크 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시속 200km에서 급브레이크로 정지하기를 연속 4차례 반복해도 브레이크가 밀리는 페이드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운전자를 위한 최고의 배려

기본적인 외부소음 차단은 최고 수준이다. 외부로부터 완벽히 밀폐돼 있다는 느낌은 주행 중 쾌적함으로 이어진다.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세팅하고 다니면 거친 서울 시내의 도로도 부드럽게 타고 넘는다. 하지만 마냥 심심하고 조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스포츠모드로 바꾸면 스포츠세단으로 바뀐다. 엔진음과 배기음은 음악이라도 여겨질 정도로 딱 듣기 좋게 튜닝이 돼 있다. 오디오는 명품 뱅엔올룹슨인데 고음 중음 저음이 살아서 움직이는 느낌이긴 하지만 조화가 안되고 약간 따로 노는 듯해서 개인적으로 위화감이 느껴졌다. 이밖에 능동형 크루즈 컨트롤(ACC)은 주행속도 0∼210km/h 범위 내에서 전방 250m까지 앞서 가는 차량에 대해 속도와 접근거리를 조절한다. 앞선 차량이 멈추면 뉴 A8을 정지시키고 잠시 멈췄던 앞차가 움직이면 뉴 A8도 자동으로 다시 움직여 운전피로도를 줄여준다. 차선을 이탈하면 경고를 해주는 레인 어시스트와 야간에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 탐색해 보행자가 감지되면 경고도 해준다.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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