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핫 이슈]작년 7, 10월 이어 다시 나타난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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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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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절레절레… 돈빌려 불황탈출 공식 안먹혀

저금리에도 투자 감소로 시중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일부 시장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2.75%)보다 낮아지는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으로 올해 한국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경기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해 저금리 기조, 즉 돈의 수요가 공급보다 부족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금리를 낮춰도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한국 경제가 ‘저금리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저금리에도 투자 끊겨

한은에 따르면 25일 현재 국고채(3년) 금리는 각각 2.71%로 한은 기준금리보다 낮아졌다. 장기 금리인 국고채 금리가 단기 금리인 기준금리보다 낮아지는 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난 것. 국고채 금리는 4일 2.74%로 올 들어 처음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진 뒤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다. 채권 금리는 일반적인 경우 만기가 짧을수록 낮다. 따라서 3년 만기 국채의 금리는 만기가 1∼3개월인 기준금리, 즉 환매조건부채권(RP)금리보다 높아야 ‘정상’이지만 그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장단기 금리역전은 앞으로 경기가 계속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지난해 7, 10월 두 차례 나타났으나 한은이 지난해 7,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정상화된 바 있다.

국고채만이 아니라 한은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91일물) 금리도 25일 현재 2.70%로 기준금리보다 낮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91일물)는 2.84%로 사상 최저치인 2.80%(2011년 1월 12일)와 비슷해졌으며 회사채(AA-등급 3년 만기) 금리도 3.12%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금리가 하락해 자금 조달에 따른 부담이 줄어도 기업들의 대출은 늘지 않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이 투자를 늘려 경기가 활성화되는 ‘불황 탈출의 기본공식’이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은 142조2000억 원, 중소기업 대출은 446조8000억 원으로 전월에 비해 각각 4조1000억 원, 7조7000억 원 감소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장기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진 것은 향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 저금리에 금융회사 실적도 하락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의 실적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신한 KB 우리 하나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7조8707억 원으로 추산됐다. 전년보다 9615억 원(―10.9%) 감소한 수치다. 여기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적정가보다 주식을 싸게 매입해 발생한 이득 1조431억 원을 제외하면 금융지주사의 순이익은 사실상 2조46억 원(―22.7%) 줄었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증권업계는 4대 금융지주사의 올해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8592억 원(―10.9%) 줄어든 7조115억 원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새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중소기업 지원 등은 금융지주들의 이익을 축소시킬 개연성이 크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관련 위험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단기적으로 완화되겠지만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미루면서 발생하는 잠재손실이 금융회사들의 부담으로 전가됨에 따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병기·김유영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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