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경제]외환은행 社內 게시판 ‘노조 성토’ 댓글 수백개…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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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8명 징계절차 진행중인데… 노조가 대화 외면하면 어떡하나”
노조선 ‘사측 여론조작설’ 제기

신민기·경제부
신민기·경제부
“낼모레 오십을 바라보는 차장님이 숨죽여 울다가 제 앞에서 그만 목 놓아 울어 버렸습니다. 평소 이해심 많고 다정다감하던 차장님이 집에는 말도 못하고 우리 앞에서 목 놓아 우는 비극에 우리도 함께 울었습니다. 호소합니다. 경영진에게 전향적으로 나아가 주세요. 살려주세요.”

22일 외환은행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반백의 머리를 하고 어린아이처럼 목 놓아 울었다는 ‘차장님’은 3일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겠다’며 외환은행 노조가 추진한 총회에 참석하려고 영업일에 자리를 비웠습니다. 이 때문에 897명의 직원들과 함께 은행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심의 결과에 따라 정직이나 면직 처분까지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올린 준법지원부 소속 신모 차장은 “청와대, 금융위원회, 언론, 시민단체에 탄원한다고 징계 철회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노조에 경영진과 대화하라고 호소했습니다. “제발 직원을 보호해 주세요.” 글에는 직원들을 생각해 노조가 경영진과 대화에 나서 달라는 댓글이 수백 개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의 ‘여론 조작설’을 제기했습니다. 영업점을 중심으로 부서장들이 부하 직원에게 댓글을 달라고 종용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금융그룹은 다음 달 중 두 은행의 통합승인을 금융당국에 신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례없는 대규모 징계절차가 진행되는 급박한 상황이지만 외환은행 노조와 경영진은 대화 한 번 나눠 보질 못하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외환은행 측은 “지난달 열기로 했던 양행 통합 이사회까지 미루고 김한조 행장이 노조 사무실을 찾아가는 등 대화를 하려 했지만 노조 측이 거절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징계를 철회해 달라며 노사협의회를 통해 대화하자고 제안했지만 경영진이 거부하고 있다”고 반박합니다. 노사가 이렇게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사이에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고아’가 된 듯한 직원들의 심정을 외환은행 노사는 알고 있을까요.

신민기·경제부 minki@donga.com
#외환은행#노조#내부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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