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등산-요리-메모狂… 체중 30kg 감량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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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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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율 ㈜풀무원 사장

주중엔 메뉴개발실서 점심식사… ‘블라인드 테스트’ 맛 정확히 구별
집에서 레시피대로 직접 요리즐겨… “中-日 입맛잡을 제품 개발할 것”

㈜풀무원 이효율 사장의 점심 단골식당은 사옥 안에 있는 ‘메뉴개발실’이다. 고객의 관점에서 제품을 평가하고 맛의 트렌드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그는 거의 매일 이곳에서 만든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사진은 10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풀무원 본사
 8층 쿠킹스튜디오에서 이 사장이 요리시연을 하는 모습. 원대연 기자
㈜풀무원 이효율 사장의 점심 단골식당은 사옥 안에 있는 ‘메뉴개발실’이다. 고객의 관점에서 제품을 평가하고 맛의 트렌드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그는 거의 매일 이곳에서 만든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사진은 10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풀무원 본사 8층 쿠킹스튜디오에서 이 사장이 요리시연을 하는 모습. 원대연 기자
직장인이 업무에서 잠시 해방되는 점심시간. 하지만 회사 근처 식당에서 사장님과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했다가는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르게 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풀무원 직원이라면 적어도 그럴 걱정은 접어도 좋을 듯하다. 오늘도 이효율 사장은 사내 메뉴개발실에서 점심식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 메뉴개발실은 사장님 단골식당

이 사장은 특별한 약속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거의 매일 점심을 메뉴개발실에서 자사와 경쟁업체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해결한다. “식품회사 최고경영자(CEO)니까 우리 회사 제품의 맛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제품이 어떻게 요리되는지, 요즘 맛의 트렌드는 어떤지 관심을 갖다 보니 메뉴개발실이 단골 식당이 됐습니다. 하지만 미식가는 아니에요.”

본인은 손사래를 치지만 풀무원 직원 사이에서 이 사장은 미식가로 통한다. 특급호텔 셰프 출신인 김석화 조리연구실장은 “사장님은 눈을 가리고 시식(블라인드 테스트)을 해도 타사 제품과 우리 회사 제품을 정확히 구별하는 미각을 가지고 있다”며 “맛의 달인으로 불러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1983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올해 1월 사장직에 오른 그를 두고 직원들이 ‘가장 인상적인 풀무원맨’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이 사장은 실제로 집에서도 요리를 즐긴다. 다른 가정과는 반대로 이 사장이 요리를 맡고 아내가 설거지를 맡을 때가 많다. 그의 주 종목은 국물이 있는 한식요리. 김치찌개 하나를 끓여도 멸치나 다시마로 밑국물용 육수를 우릴 정도로 레시피(조리법)를 철저히 따르는 것이 요리 원칙이다. 손수 요리를 하다 보니 고객들이 제품에서 느끼는 불만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한번은 제품 포장에 적힌 조리법을 따라 하다가 실패한 요리 때문에 애매한 조리법 문구를 이해하기 쉽게 바꾼 적도 있다.

그는 식품회사들이 공장에서 제품 찍어내듯 식품을 만들던 타성을 벗어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식품공학적 관점에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제품이 어떻게 요리되고 어떻게 쓰이는지까지 세심히 살펴서 소비자의 감성을 반영해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사장이 특급호텔 셰프 출신 요리사를 대거 영입해 신제품 및 메뉴 개발에 투입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 가을 산에서 인생 배운다

이 사장을 처음 만난 사람은 탄탄한 그의 체구에 압도당하기 십상이다. 체중이 한때 100kg을 넘었다. 앉은 자리에서 소주 10병은 거뜬히 마시는 두주불사 체질에 입에서는 담배를 떼어놓을 줄을 모르는 ‘골초’였다. 그러다 10여 년 전 의사로부터 “술과 체중을 줄이라”는 권고를 받은 뒤로 금주와 금연, 그리고 등산으로 몸무게를 30kg이나 줄였다.

이 사장에게 등산은 요리 다음가는 삶의 낙이다. 회사에서 가까운 청계산은 한 달에 4, 5차례씩, 지리산이나 설악산은 친구들과 함께 1년에 한두 차례는 종주한다. 야간산행도 즐겨서 무박 2일 산행이나 비박도 마다 않는 그는 자신의 산행 스타일을 ‘격하게 탄다’는 말로 요약한다. 이맘때 타기 좋은 산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등산 마니아답게 계절별로 타기 좋은 산의 조건을 술술 풀어낸다.

“봄에는 산자락에 양지바른 밭을 품은 산이 좋습니다. 피어나는 아지랑이를 보면서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거든요.” 여름에는 계곡을 품은 산이, 겨울에는 코끝이 찡할 정도로 매섭게 추운 산이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한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가을 산의 조건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가을산은 단풍이 남김없이 떨어진 늦가을 해질 무렵의 하산이 최곱니다. 산자락이 어둠에 물들기 시작할 때 혼자서 하산하다 보면 지금까지의 내 일과 삶을 찬찬히 되돌아보게 됩니다.” 그는 이번 주말에도 친구들과의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

○ 메모지 손에서 놓지 않아

이 사장은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두꺼운 노트 한 권을 손에서 떼어놓지 않는다. 수시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하기 위해서다. 스프링으로 제본한 두꺼운 노트를 한 달에 한 권씩 갈아 치운다고 하니 가히 메모광이라 불릴 만하다. 얼마 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식품박람회 출장길에 지참했다는 기자수첩 모양의 작은 메모장을 들춰봤더니 ‘빙온 숙성’ ‘마시는 샐러드’ ‘쌀가루 활용 트렌드’ 등 큼직하게 휘갈겨 쓴 글씨가 빼곡하다. 박람회장을 둘러보면서 인상적이었던 식품업계의 트렌드를 적어놓은 것. 동행한 직원에게 맡겨도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물론 직원도 메모를 해 보고서를 올리겠지만 순간순간 드는 느낌을 기록하려고 늘 메모장을 휴대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사장은 식품의 보관 및 운송기술의 발달과 식문화 교류로 인해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식품시장이 장기적으로 단일 시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도쿄 식품박람회에 가 보니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가 이제 음식까지 확산된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중국이나 일본 소비자들이 우리나라의 냉면 자장면 떡볶이 떡 등을 즐길 수 있게끔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김치 나물 두부 중심의 제품 구성도 생착즙 과일주스와 어육, 생라면 등으로 다양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 이효율 사장은 ▼
―1957년 전북 군산 출생
―1975년 서강대 물리학과 입학
―1983년 풀무원 입사
―1994년 미국 피츠버그대 마케팅 과정 연수
―1996∼1999년 고객지향실본부장, 특수영업본부장, 식품기획실본부장
―2000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최고지식경영자과정 수료
―2002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2000∼2009년 홍보기획실장, 마케팅본부장, 식품 COO
―2010년∼ 식품 CEO(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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