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기업도시를 가다]스위스 빌 주민들, 조례 바꿔 ‘롤렉스’ 잡았다

  • 입력 2008년 10월 27일 02시 58분


지역사회와 기업이 서로 도우며 ‘윈윈’의 상생 관계를 맺은 세계 각국의 기업도시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존재감이 더욱 빛난다. 독일 잉골슈타트 시에 기반을 둔 아우디가 7월 본사 사옥 옆 ‘아우디 포럼’에서 개최한 ‘슈팅스타 페스티벌’.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수많은 시민이 모여 공연을 즐기고 있다. 사진 제공 잉골슈타트 시
지역사회와 기업이 서로 도우며 ‘윈윈’의 상생 관계를 맺은 세계 각국의 기업도시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존재감이 더욱 빛난다. 독일 잉골슈타트 시에 기반을 둔 아우디가 7월 본사 사옥 옆 ‘아우디 포럼’에서 개최한 ‘슈팅스타 페스티벌’.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수많은 시민이 모여 공연을 즐기고 있다. 사진 제공 잉골슈타트 시
우리 市에 공업용지가 없어 다른 곳에 공장 증설한다고?

獨 레버쿠젠+바이엘社 100년 상생… 바이엘이 지역취업자의 60%고용

佛 소피아앙티폴리스 60개국 1276개기업 유치… 법인세만 年900억원

《1908년부터 100년째 스위스 빌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온 명품시계 회사 롤렉스는 지난해 생산시설을 확장하려다 난관에 부닥쳤다. 공장을 증설하려 했지만 마땅한 땅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빌 시 소유인 9만 m² 규모의 사격장 용지가 있었지만 공업용지로 용도변경을 하려면 시 조례를 개정해야 했다.

롤렉스는 지레 포기하고 다른 곳을 물색하려 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빌 주민들은 펄쩍 뛰었다. 결국 작년 11월 주민투표에서 84.6%의 압도적 찬성으로 공장 증설이 가능하도록 관련 조례 개정안이 통과됐다.

토마스 게플러 빌 시 경제담당관은 “롤렉스가 5억 스위스프랑(약 6148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넓히면 인구 5만여 명의 이 도시에 300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면서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주민 사이에 확산됐다”고 말했다.》

독일 레버쿠젠도 지난 100년간 제약회사 바이엘과 함께 성장해 온 도시다. 레버쿠젠의 2006년 기준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7만4830유로(약 1억3540만 원)로 독일의 1인당 국민소득(2만9455유로·2007년 기준)의 2.5배에 이른다. 레버쿠젠의 취업자 6만5000명 가운데 3만9000명이 바이엘에서 일한다.

세계 각국에는 이처럼 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기업도시’가 적지 않다. 도시는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기업은 해당 도시와 주민에 과실(果實)을 돌려주면서 ‘윈윈의 상생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세계가 신음하는 요즘 기업도시들의 존재가치는 더 빛난다. 이들 도시에 뿌리내린 탄탄한 제조업체들은 국가경제와 지역경제를 위기로부터 막아주는 방파제가 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은 도시는 바이에른 주의 잉골슈타트다. 지난해 말 독일 실업률이 7.7%일 때 잉골슈타트 실업률은 3.7%였다.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한 올해 8월 말 이 도시의 실업률은 3.3%로 오히려 낮아졌다. 이는 이곳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는 아우디 덕분이다. 아우디는 인구 12만3000여 명인 잉골슈타트에서 3만1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폴란드 므와브도 1999년 LG전자가 진출한 이후 경제 사정이 좋아졌다. 2000년 25%에 이르렀던 므와브 시의 실업률은 지난해 7%대로 낮아졌다.

동아일보는 기업과 도시가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 가는 세계 각국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성공의 현주소와 비결’을 취재한 ‘세계의 기업도시를 가다’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유럽 미주 아시아 등 14개 국가의 대표적 기업도시 20곳을 소개할 예정이다.

일본 도요타(豊田) 시의 이름은 원래 고로모(擧母)였다. 갖은 노력 끝에 1938년 도요타자동차를 유치한 뒤 1959년에 도시 이름도 도요타로 바꿨다. 시는 도요타스타디움, 도요타콘서트홀 등 ‘도요타’ 이름이 들어간 각종 문화시설을 설립했고 도요타자동차도 그 보답으로 이 지역에 도요타공업대, 도요타기념병원을 세웠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워털루에는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전화로 북미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블랙베리’를 개발해 제조하는 리서치인모션(RIM) 본사가 있다. 이 회사는 워털루대와의 산학(産學) 협력과 이론물리학 연구소 설립 등을 통해 워털루 시를 대표적인 지식경제 기반 도시로 만들었다.

독일 레버쿠젠도 지난 100년간 제약회사 바이엘과 함께 성장해 온 도시다. 레버쿠젠의 2006년 기준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7만4830유로(약 1억3540만 원)로 독일의 1인당 국민소득(2만9455유로·2007년 기준)의 2.5배에 이른다. 레버쿠젠의 취업자 6만5000명 가운데 3만9000명이 바이엘에서 일한다.

세계 각국에는 이처럼 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기업도시’가 적지 않다. 도시는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기업은 해당 도시와 주민에 과실(果實)을 돌려주면서 ‘윈윈의 상생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세계가 신음하는 요즘 기업도시들의 존재가치는 더 빛난다. 이들 도시에 뿌리내린 탄탄한 제조업체들은 국가경제와 지역경제를 위기로부터 막아주는 방파제가 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은 도시는 바이에른 주의 잉골슈타트다. 지난해 말 독일 실업률이 7.7%일 때 잉골슈타트 실업률은 3.7%였다.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한 올해 8월 말 이 도시의 실업률은 3.3%로 오히려 낮아졌다. 이는 이곳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는 아우디 덕분이다. 아우디는 인구 12만3000여 명인 잉골슈타트에서 3만1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폴란드 므와브도 1999년 LG전자가 진출한 이후 경제 사정이 좋아졌다. 2000년 25%에 이르렀던 므와브 시의 실업률은 지난해 7%대로 낮아졌다.

동아일보는 기업과 도시가 상생의 모델을 만들어 가는 세계 각국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성공의 현주소와 비결’을 취재한 ‘세계의 기업도시를 가다’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유럽 미주 아시아 등 14개 국가의 대표적 기업도시 20곳을 소개할 예정이다.

일본 도요타(豊田) 시의 이름은 원래 고로모(學母)였다. 갖은 노력 끝에 1938년 도요타자동차를 유치한 뒤 1959년에 도시 이름도 도요타로 바꿨다. 시는 도요타스타디움, 도요타콘서트홀 등 ‘도요타’ 이름이 들어간 각종 문화시설을 설립했고 도요타자동차도 그 보답으로 이 지역에 도요타공업대, 도요타기념병원을 세웠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워털루에는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전화로 북미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블랙베리’를 개발해 제조하는 리서치인모션(RIM) 본사가 있다. 이 회사는 워털루대와의 산학(産學) 협력과 이론물리학 연구소 설립 등을 통해 워털루 시를 대표적인 지식경제 기반 도시로 만들었다.

▼“기업이 오지 않을 수 없는 환경 만들어야”▼

한 개의 기업이 도시 하나를 먹여 살리는 전통적인 의미의 기업도시가 ‘1.0버전’이라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연구개발(R&D) 분야 등 특정 기능이나 조직만을 유치해 도시 발전의 발판으로 활용하는 ‘2.0버전’ 기업도시도 있다.

프랑스 니스 해변 근처의 소피아앙티폴리스가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프랑스텔레콤, 에어프랑스, IBM, 시스코시스템스 등 60여 개국 1276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들 중 41%가 정보기술(IT) 관련 업종. 이곳에서 일하는 연구개발 인력은 3만4000여 명에 이른다.

크리스티앙 카브롤 소피아앙티폴리스 지역개발청 매니저는 “별 산업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해 지금은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했다”며 “입주 기업으로부터 연간 걷는 법인세만 5000만 유로(약 900억 원)로 시의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병휘 KOTRA 통상전략팀장은 “해외의 사례를 살펴볼 때 기업도시가 성공하려면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며 “기업이 오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행정당국이나 주민들이 적극 만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 취재팀

▽팀장=정경준 산업부 차장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스웨덴

=황진영 조용우 기자

▽네덜란드 벨기에 폴란드 헝가리

=김창덕 임우선 기자

▽미국 캐나다=김유영 기자

▽일본 중국 인도=박형준 기자

(이상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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