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달러 약세, 지나치게 의식하면 투자 그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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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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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연구소와 증권회사들의 내년 경기 예측과 주가 전망이 나오기 시작한다. 다들 나름대로의 노하우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선의 결론을 내린다. 그렇지만 내년 전망은 예년보다 까다롭고, 나아가 틀릴 확률도 높다. 바로 환율 때문이다. 원화가 달러 대비 10% 절상되면 수출기업들의 영업이익은 4% 정도 떨어진다. 그래서 환율 예측이 중요하지만 내년 달러화의 방향을 짐작하기가 ‘대략 난감’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달러화의 가치가 주요 통화에 대해 더 떨어질 것으로 본다.

비관론자들은 달러화의 몰락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에 ‘비(非)달러’ 자산에 투자하라고 충고한다. 특히 금이나 원자재 혹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 개발도상국의 안전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금값 폭등이나 원자재 가격 반등을 달러화의 본격적인 하락의 전초전으로 해석한 데 따른 것이다. 달러화의 가치는 1971년 미국이 달러의 ‘금 태환 정지 선언’을 한 이후 대략 33배 정도 떨어졌다. 이렇게 보면 달러화는 장기적으로 약세 추세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면서 달러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국제 통화질서에 대한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상당 부분 맞는 얘기지만 달러화의 지속적인 약세에 반박하는 논리도 만만찮다. 우선 달러화 약세 논리의 중요한 근거인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그리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국가부채는 미국이 국내총생산(GDP)의 70%, 영국이 90% 일본은 200%다. 주요 20개국(G20) 평균은 약 80%다. 또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책으로 미국이 GDP의 5.4%, 중국은 12.3%, 일본은 10%를 쏟아 부었다. 문제가 되는 통화 공급 증가율도 2008년과 2009년 미국이 9.8%와 8.2%, 한국은 12%, 9.5%, 영국 16.6%, 12.1%, 유로 지역이 11%, 5.9%로 미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 다시 말해 미국은 생각만큼 달러를 마구 찍어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달러가 과잉 공급되었다는 편견이 널리 퍼져 있다. 물론 미국 경제의 건강성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미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허약한 체질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결국 막연한 불안심리가 달러 약세 현상을 더 심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환율 예측은 증시 전망만큼이나 어렵다. 경험적으로 본다면 증시와 마찬가지로 환율도 다수의 예측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더 많았다. 또 만약 내년 미국 경제 회복이 어려워져 세계 경제가 다시 흔들린다면 오히려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자금이 몰릴 확률도 높다. 따라서 달러화의 약세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투자 전략은 위험하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베팅하면 시장은 언제든 심술을 부린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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